잼버리 ‘K팝 돌려막기’ 논란…BTS 소환에 ‘출연진 빼가기’ 폭로까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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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콘서트 가수 섭외 둘러싸고 논란 이어져
뉴진스, NCT드림, ITZY, 마마무 등 출연 확정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K팝을 앞세워 ‘잼버리 사태’를 수습하려는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출연진 명단에도 없던 BTS를 정치권에서 갑자기 소환하거나, 지역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가수를 ‘중복 출연’ 시키려고 하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잼버리의 명예를 회복하려 아티스트의 상황과 다른 행사를 무시한 채 K팝 가수들을 도구로 삼는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지난 6일 전북 부안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K팝 콘서트)는 온열질환이 우려되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일정과 장소가 한 차례 변경된 바 있다. 이후 태풍 카눈의 진로 변경을 이유로 콘서트 장소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됐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잼버리 K팝 콘서트를 1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오는 11일 열리는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출연을 확정했다. ⓒ어도어 제공

“지역 페스티벌 진행 무시” 반발도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예정된 라인업도 흔들렸다. 내년까지 스케쥴이 미리 확정돼있는 인기 아티스트들이 갑자기 변경된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 엔믹스, 베리베리, 스테이씨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고 배우 장동윤이 진행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이들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된 파행 속에서 특히 문제로 제기된 것은 정치권의 ‘BTS 소환’이다. 정부는 BTS의 출연설에 대해 ‘아직 미정’이라며 여지를 남겼고, 지난 8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BTS의 콘서트 참여 조처를 국방부에 요청하면서 ‘민주주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는 반발까지 나왔다.

성 의원은 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가능한지 검토해서 필요하면 내보내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며 “아티스트들의 공백기가 있기 때문에 완전체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함께 논의해볼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참여 논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가 국방위원이기 때문에 의견을 내면 정부가 의견을 분석하고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그래서 의견을 낸 것”이라 말했다.

BTS는 지난해 팀 활동 일시 중단을 선언하고 각자의 개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진과 제이홉은 군 복무 중이고, 최근 월드투어 콘서트를 마친 슈가도 입영 연기를 취소했다. 뷔는 오는 9월 발매되는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공식적으로 개별 활동 체제로 전환한 만큼, 멤버들의 완전체 규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단체 공연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상황. 국가의 이미지 회복에 BTS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팬덤의 반발도 거세다.

K팝 콘서트 출연진 섭외를 위해 타 행사의 출연진을 빼가려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11일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으로 장소와 일정을 한 차례 바꿨을 때다. 같은 날 열리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을 주관하는 전주MBC의 이태동 국장은 JUMF에 출연 예정이었던 아이돌 그룹을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시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자신의 SNS를 통해 폭로했다.

잼버리 주관 방송사로부터 JUMF의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를 같은 날 전주에서 1시간 전에 열리는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시키려 하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주도 행사’에 K팝 가수를 세우기 위해 이미 출연이 예정된 ‘지역 페스티벌’의 진행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국장은 “지역 페스티벌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무시해도 되는 건지, 그 한 팀의 무대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오가며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한 관객들의 권리를 무시해도 되는 건지, 중간에 낀 아티스트는 무슨 잘못이 있는 건지”라며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JUMF 헤드라이너인 오마이걸의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JUMF에는 예정대로 출연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후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출연자를 겹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마무 ⓒRBW 제공
마마무는 오는 11일 열리는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 완전체로 출연한다. ⓒRBW 제공

무대 변경에 ‘일방적 차출 요구’ 논란까지

잼버리 K팝 콘서트 주관 방송사인 KBS는 콘서트와 같은 날 열리는 《뮤직뱅크》 결방을 알렸다. K팝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뮤직뱅크》가 동시간대에 방송되면 콘서트 무대에 오를 가수들을 섭외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방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뮤직뱅크》의 무대를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기는 발상으로 섭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은 장소와 시간 등에 따라 무대가 달라질 수 있는 K팝 가수들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 대회의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할 것’이라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잼버리 K팝 콘서트는 문화를 정치에 종속시키려고 한다는 ‘구시대적 인식’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현재 콘서트 출연을 확정한 아티스트는 뉴진스, NCT드림, 제로베이스원, ITZY(있지), 마마무 등이다. 제로베이스원은 공연 날짜가 미뤄지면서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서울로 콘서트 장소가 정해지면서 무대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마무의 경우 4명의 멤버가 소속사 3곳으로 나뉘어 둥지를 튼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완전체로 출연하게 됐다. 콘서트 당일 예정돼 있었던 마마무의 유닛 마마무+(솔라‧문별)의 팬 사인회도 오는 12일로 변경돼 일방적인 차출 요구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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