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8월설’ 지연 전략? 자꾸 파행되는 이화영 재판, 이유는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4 07:35
  • 호수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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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공전된 재판...한동훈 “마피아식 사법 방해”
검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이재명 소환조사 임박

쌍방울그룹과 관련해 ‘경기도 대북 송금’ ‘법인카드 사용’ 등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연일 파행됐다. “수십여 년 법조계 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는 법조인들의 의문이 제기됐을 정도다. 7월25일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상의 없이 변호인들이 모두 불출석했다.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가 이 전 부지사도 모르게 법무법인 ‘해광’ 측 변호인들에 대한 해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해임되지 않은 나머지 변호인들도 모두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미뤄졌다. 그다음 재판은 8월8일이었는데, 이마저도 법정에 나온 변호인이 미리 준비한 사임계를 갑작스레 제출하면서 또 파행됐다. 이 역시 이 전 부지사와는 상의되지 않았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10월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화영 법정 발언 늦추자는 분위기 감지돼

변호인과 가족의 돌발행동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재판이 처음 파행된 시점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가 알려진 직후부터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부인했던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표에게 관련 보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의 부인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옥중편지’를 공개하며 이를 번복했다. 향후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에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다. 재판 상황에 따라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은 이재명 대표로 번질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에 걸쳐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고, 결국 재판은 8월22일로 또 미뤄졌다. 한 달 가까이 재판이 파행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도적인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의구심이 짙어졌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8월 중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이 나오면 구속영장 청구에 힘을 보태는 형국이 된다. 이를 이 전 부지사 측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당장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도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8월17일 소환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이화영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을 늦추자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변호인단의 말을 종합하면, 이화영 전 부지사는 법무법인 해광이 대리해 주길 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광 변호인단은 8월8일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에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3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대한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이 제출된 터였다. 쌍방울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송금한 8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가 이재명 대표의 방북 비용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다. 300만 달러에 대한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증거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재판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가 희망하는 해광 측은 다른 변호인단 가운데 한 곳인 법무법인 덕수 측에 ‘8일 재판에 대신 나가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시 자신의 말이 쓰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법정 발언을 미루고 보자는 식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광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인정하자니 ‘검찰과 한편’이라고 욕을 먹고, 인정을 안 하자니 두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2심 재판부 로비설’ 등 추가 의혹도

이를 증명하듯 8월8일 재판은 이례적인 장면이 반복되며 파행됐다. 먼저 이화영 전 부지사의 뜻과 다르게 변호인이 변호를 이어간 점이다. 이 전 부지사는 “해광이 대리하면 좋겠다”며 재판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30분 사이 세 차례에 걸쳐서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시작 직후 재판부에 이러한 내용의 입장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오늘 덕수 변호인이 나오는 줄 몰랐다”며 “거듭 말하지만 해광 변호사와 함께 정상적으로 재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재판은 시작 30여 분 만에 휴정됐다. 이 전 부지사와 덕수 변호인의 의견 조율을 위해서였다.

변호인과 검찰 간 신경전은 재판 내내 이어졌다. 변호인이 검사에게 “당신”이라고 부르면서 양쪽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재판부까지 소리를 지르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10여 분간의 휴정 후 법정에 들어온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했다는 내용의 변호인 의견서를 언급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이어 미리 준비해온 변호인 사임계까지 제출했다.

검찰 측은 “이상하다”며 “피고인(이화영 전 부지사)과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검찰 조서에 부동의하는 (일종의) 미션을 받고 온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반박했고,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변호인을 향해 “말씀하실 기회 드린다고 했지 않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결국 김 변호사는 재판 도중 법정을 나갔다. 법정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은 김 변호사에게 “변호사님,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이 전 부지사를 향해서도 “이화영 파이팅, 힘내세요”라고 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 기피는 변호사가 하는 것으로 (이화영 전 부지사의) 동의를 받고 말고가 없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동의를 안 한다고 해서 내가 사임한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변호인단 내에서 사전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관계자는 “8일 재판 이후 변호인단이 재판부 기피 등 내부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행동은 상의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재판에 작용한다고 의심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판에서 아주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재판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보스에게 불리한 법정진술 하는 것을 막으려는, 마피아 영화에서나 나오는 사법방해”라고 지적했다.

8월8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변호인 의견서에는 민감한 내용도 등장한다. “김성태는 피고인(이화영)이 허위 진술을 거부하면 본인(김성태)이 과거 이재명의 재판 당시 2심 재판부에 대해 로비를 한 사실, 이재명의 측근 김용을 통해 이재명에게 후원금을 기부한 사실, 이해찬·조정식 등이 이재명을 도와주고 있는 조직에 비용을 댄 사실 등을 모두 폭로하겠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에 “김성태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하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를 협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실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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