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증가하는데,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는 줄고 있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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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5년 간 100만 명 증가했는데…입원 환자는 1만 명 감소
與, ‘사법입원제 도입’ 및 정부의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 구축 촉구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앞서 용의자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4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용의자가 이용한 차량 ⓒ연합뉴스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에 앞서 용의자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4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용의자가 이용한 차량 ⓒ연합뉴스

최근 연이은 ‘묻지마 범죄’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관리 문제가 사회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정신질환자 전체 수가 5년간 100만 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는 감소해 5년 새 약 1만 명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법입원제’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격리 및 입원 치료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철저한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시사저널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전체 수는 지속 증가해 2021년 410만9285명(최신 집계 기준, 건강보험+의료급여 환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21만4866명에서 5년 새 약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중 중증 정신질환자는 약 50만 명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정신의료기관 등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정신질환자 수는 최근 5년간 지속 감소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입원 환자 수는 2018년 6만6108명, 2019년 6만5436명, 2020년 6만2702명, 2021년 5만9412명, 2022년 5만6785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5년 새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 수는 약 1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절차가 까다롭다. ▲보호자 2명 이상의 신청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전문의 2명 이상의 일치된 소견 ▲경찰과 의사 동의로 3일 입원하는 ‘응급 입원’ ▲전문의 진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명령하는 ‘행정 입원’ 외에는 방법이 없다. 특히 정신의료기관 입원 이력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으로 찍힐 우려도 정신질환자들의 입원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입원제’ 등 국가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입원 치료를 강제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다. 사법입원제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사법입원제에 대해 “당초 ‘묻지마 칼부림’ 등 흉악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절시키는 대책 중 하나”라며 “인권 침해 소지만 없도록 마련한다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해당 제도를 통해 중증 정신질환자를 국가에서 책임지고 입원시켜도 한계는 있다. 문제는 ‘입원시킬 병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정신병원 병상은 2017년 6만7000개에서 2023년 5만3000개로 감소했고, 정신의료기관 입원 병상 수도 최신 기준 7만1564개 수준이다.

정신의료 관련 병상 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진료 수가’ 문제가 지목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급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 일당 진료비는 25만134원으로 다른 진료과 평균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병원 입장에선 손해인 셈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조명희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낮은 의료 수가 등의 문제로 인해 정신병원 병상도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강력 범죄 등 형법 관련 범죄를 일으킨 정신질환자는 계속 폭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입원 제도 점검과 외래 치료 지원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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