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버리는 유해, ‘산불 참사’ 시신 수습조차 어려운 하와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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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06명으로 늘어…시신 훼손 심해 신원확인 5명에 그쳐
주지사 “사망자 현재의 2~3배에 달할 수도”
8월9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자동차들이 산불로 타버린 채 세워져 있다. ⓒ AP=연합
8월9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자동차들이 산불로 타버린 채 세워져 있다. ⓒ AP=연합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참사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구조 작업과 수색 범위가 확대되면서 희생자 규모가 이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수습된 유해 대부분이 불에 탄 상태로 훼손 정도가 심해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시 그린 하와이주 주지사는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을 덮친 산불로 인한 희생자가 106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망자 가운데 현재까지 신원확인이 완료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이 중 2명의 신원은 공개됐으며, 나머지 3명은 가족에 통보한 후 공개할 계획이다. 

사망자 시신 대부분은 해안도로 주변에서 발견됐다. 지난 8일 허리케인 '도라' 영향으로 최고 시속 129㎞에 달하는 돌풍이 불면서 산불이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 등지를 덮쳤는데 당시 주민들이 외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해안도로로 쏟아져 나왔고, 이 중 상당수가 순식간에 덮친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 주지사는 발견된 유해 대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신원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 시신이 지문이 없는 상태"라며 지문 대조를 통한 희생자 특정이 불가능하며, DNA 감식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8월8일(현지 시각)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 AP=연합
8월8일(현지 시각)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 AP=연합

마우이섬 경찰서장도 화마에 휩싸인 희생자들의 시신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발견된 유해들은 금속을 녹인 불을 통과한 상태"라며 "유해를 수습할 때 (유해가) 부서져 버린다"고 말했다.

당국은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 실종자 가족들의 유전자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 대조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그린 주지사는 가족 중 실종자가 있는 경우에는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 방문해 DNA 샘플을 제공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인명 수색은 화재 지역 전체의 3분의1 가량 진행됐다. 주 당국은 32%가량 수색을 완료했으며 이번주 주말까지 전 지역에 대한 1차 수색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수색 범위가 많이 남아 있어 희생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린 주지사는 "100여 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미국 산불로 기록된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최종 피해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사망자가 현재의 2~3배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당국은 최대 200~3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주지사는 라하이나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원주민어로 '뼈'를 의미하는 '이위' 위를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해달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8월9일(현지 시각)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 ⓒ AFP=연합
미국 하와이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8월9일(현지 시각) 새까맣게 탄 마우이섬 라하이나 도심의 모습 ⓒ AFP=연합

산불 영향으로 끊겼던 통신과 인터넷이 대부분 복구되면서 실종자 신고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 매체 하와이뉴스에 따르면, 현지 적십자사 대변인은 그동안 2500여 건의 실종 관련 지원 요청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800여 건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ABC뉴스는 당초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 60명이 한 주택에서 안전하게 발견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이번 산불로 불에 탄 면적은 총 2170에이커(8.78㎢)에 이르며 주택 등 건물 2200여 채가 부서졌다. 재산피해 규모는 60억 달러(약 7조9900억원)육박한다. 

이번 산불 피해자로 등록된 주민은 3000여 명 수준이다. FEMA는 이재민들에게 식량과 식수, 의료용품 비용으로 쓸 수 있는 700달러(약 93만원)의 긴급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8월13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 AP=연합
8월13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 AP=연합

이번 산불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하와이섬 대형 전력회사가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은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와 그 자회사 3곳이 화재 참사와 관련해 피소 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거주하는 한 부부가 지난 12일 이들 전력회사를 상대로 중과실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한 강풍에 송전선이 끊기면서 발생한 스파크가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하와이안 일렉트릭 측이 위험을 예견하고도 전력 차단을 비롯한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일부 전신주와 전선이 넘어져 나무나 땅에 접촉된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전력을 끊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원고 측은 보고 있다. 

원고 측은 "전력 차단이 되지 않은 송전선들이 주택과 건물, 역사·문화 유적지를 파괴한 치명적인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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