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서울 16~25석” 野 “서울 30석 이상” 불붙은 수도권 쟁탈전
  • 이원석·김종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8 10: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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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는 마·용·성과 한강벨트”…與 마포을·양천갑, 野 용산·송파 등 탈환 목표
‘한동훈 vs 고민정’ 빅매치에 ‘나경원 vs 이수진’ 리턴매치 성사 여부도 주목

‘수도권 위기론’이 여야 정치권 모두를 엄습한 가운데,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인천·경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진영정치가 극에 달한 21대 국회에서 전통 지지층 결집으로 영남은 여당, 호남은 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승부처는 중도층이 가장 많은 수도권이 될 전망이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여야는 이미 내부적으로 수도권 필승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치도 거론된다. 특히 민심의 집결지인 서울에서 국민의힘은 전체 49석 중 최소 3분의 1인 16석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치고 있다. 현재 서울 전체 의석의 80%(40석)를 갖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 역시 적어도 30석 이상의 의석을 목표로 한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판세를 좌우할 최대 승부처도 꼽히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선 모두 공통적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지역구로 들고 있다. 거기에 더해 현재 거론되는 각종 변수를 자신들의 통제권 안에 두고 제대로 된 전략을 지금부터 세워 나간다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수성은 물론 상대 당이 갖고 있는 지역들도 추가적으로 뺏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사저널은 내년 총선을 7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위기론에 직면한 여야의 총선 수도권 전망을 살펴봤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월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엇갈리는 총선 여론조사…요동치는 민심

아직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현재 수도권 의석은 모두 121석(서울 49·경기 59·인천 13)이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는 민주당 103석(서울 41·경기 51·인천 11),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16석(서울 8·경기 7·인천 1), 정의당 1석, 무소속 1석(현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현재는 의원직 박탈 및 재보선, 입당, 탈당 등으로 인해 민주당 97석(서울 40·경기 48·인천 9), 국민의힘 18석(서울 9·경기 7·인천 2), 정의당 1석, 무소속 4석(경기 2·인천 2), 궐위 1석(여주·양평)이다.

현재는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점하고 있으나, 내년 총선 판세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러 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판세를 살피고 있으나 엇갈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7월31일~8월1일 양일간 전국 성인 남녀 2013명에게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나’라고 ARS 방식으로 물은 결과, 민주당이 52.1%를 얻어 35.3%를 얻은 국민의힘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 밖에서 크게 앞섰다. 수도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민주당 52.1%, 국민의힘 35.3%)·경기(민주당 54.6%, 국민의힘 34.4%)·인천(민주당 56.5%, 국민의힘 30.7%) 모두 민주당이 15%포인트 이상 격차로 우세했다.

5일 후 같은 질문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8월5~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국민의힘 31.3%, 민주당 27.4%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 내에서 앞섰다. 서울에선 국민의힘 28.7%, 민주당 27.7%, 인천·경기에선 국민의힘 30.7%, 민주당 28.8%로 수도권 분위기 또한 비슷했다. 다만 이 조사에선 40% 이상이 답변을 유보해 숨은 표심이 상당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여론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양당은 각각 스스로의 지지율 정체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대 당의 실책에 편승해 어부지리를 노리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어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대해 최대한 자기 당에 유리한 쪽으로 판세를 읽으며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5일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5일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5일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월27일 관악구 신사시장에서 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양당 모두 지난 총선 ‘10%p 내 격차’ 격전지에 눈독

우선 국민의힘 내에선 이번 총선을 ‘과반 의석 민주당 입법독주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보고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내년 수도권 총선에서도 2020년 총선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3년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보여준 건 입법 독주이자 폭주였다. 내년 총선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와 현 민주당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 정치 환경, 토양적으로 보수진영이 어려웠던 지난 총선과는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대선과 지선에서도 국민들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닌가”라고 견해를 밝혔다.  

각 정당들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싱크탱크 등을 통해 수시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해 판세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9석의 서울 판세와 관련해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최소 3분의 1(16석)에서 많게는 절반(25석)까지도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리가 서울에서 16석 이상을 확보하면 전국적으로는 130~140석으로 1당이 될 것이고, 25석까지 얻는다면 150석 이상으로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내에선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 표심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지난 총선에 준하거나 다소 못 미치더라도 수도권은 물론 전체적으로 다수당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다른 건 엇갈려도 공통적으로 현 정부 견제를 다음 총선의 성격으로 보는 결과가 대부분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젊은 층이 많은데, 지금 젊은 층은 윤석열 정부를 상당히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집권당이었던 19대(2016년) 총선 때 서울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이 30석을 얻었는데, 이번에도 서울에서 민주당이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정태호 원장은 통화에서 “현재로선 경기와 인천의 판세는 민주당에 괜찮은 흐름인 것 같고, 서울은 박빙”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서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3분의 2 이상 당선돼 왔던 형세이기에 그 이상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선은 내년 총선의 핵심 승부처가 될 격전지들로 향한다. 민심이 불투명하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격전지에서의 싸움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관계자들이 공통되게 꼽은 수도권 격전지는 ‘마용성’과 ‘한강벨트’(한강과 맞닿아 있는 광진·강동·동작 등)다. 특히 부동산 가격으로 강남의 뒤를 잇는 마용성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상대에게 내줄 수 없는 보루다. 용산을 제외하고 마포(갑·을)와 중·성동(갑·을)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이겼으나 이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곳은 모두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여야는 현재 상대 당이 점하고 있지만, 탈환을 노리는 지역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앞의 여의도연구원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10%포인트 내의 격차로 졌던 지역구는 다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 아래 전략을 짜고, 선수 배치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지역구 중 10%포인트 차이가 나지 않았던 지역구는 중·성동을, 광진을, 도봉을, 노원병, 양천갑, 영등포을, 동작을, 송파병, 강동갑 등 10곳이다. 그중에서도 중·성동을, 광진을, 강동갑은 5%포인트 내 차이로 초접전 지역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마포갑을 특정해 거론하기도 했다. 현재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사진)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사진)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

인천·경기, 김남국·정찬민·윤관석 등 후폭풍 변수

민주당에선 다른 지역은 몰라도 용산만은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구체적으로 지역을 하나하나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지금의 구도와 분위기에선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송파와 강남 일부도 민주당의 탈환 목표지로 거론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송파(갑·을)와 강남을의 경우는 지난 총선에서 내줬으나 20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던 곳이다. 민심을 잘 따라간다면 내년 총선에서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 외에도 서울 내에선 벌써부터 빅매치, 리턴매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구들도 있다. 광진을과 동작을 등이다. 친문(親문재인)계 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의 지역구인 광진을에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권의 기대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장관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뜻을 드러내진 않고 있지만, 출마를 결심해 실제 대결이 성사된다면 신구 권력인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판사 출신 여성’들 간 대결로 지난 총선에서 빅매치로 꼽혔던 동작을의 이수진 민주당 의원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리턴매치도 주목된다. 현재 동작을 당협위원장인 나 전 의원은 동작을 탈환을 목표로 최근 지역구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눈여겨볼 지역구가 많다. 지난 총선은 경기·인천에서도 민주당의 압승이었으나, 성남 분당(갑·을), 평택갑, 안산 단원을, 고양갑, 고양병, 고양정, 의왕·과천, 남양주병, 시흥갑, 용인(갑·병·정), 이천, 안성, 김포을, 화성갑(이상 경기), 동·미추홀갑, 연수을, 남동갑(이상 인천) 등 10%포인트 내 격차의 접전지가 많았다.

특히 경기·인천엔 현역 의원들이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등 이슈가 있는 지역구도 적지 않다. 거액의 가상화폐 거래 논란으로 국회 윤리위 징계 위기에 처해 있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안산 단원을), 3억원 상당의 제3자 뇌물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용인갑)에 대한 지역 민심의 향방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얼마 전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민주당 탈당·인천 남동을)을 비롯해 최근 몇몇 언론을 통해 검찰이 특정했다고 알려진 돈봉투 수수 명단에 포함된 다수가 서울을 비롯해 경기·인천 지역구 의원이어서 해당 지역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현재 이름이 거론되는 당사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최대 리스크로 거론되는 이재명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다시 출마할지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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