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전경련 재가입 놓고 숨고르기…정경유착 해소 해법 나올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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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감위 임시회의 소집에도 결론 못 내려
“다양한 의견 나와…논의 계속 이어나간다”
회비 지급 불승인 등 조건부 찬성 의견에 무게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 주요 계열사의 준법 경영을 감시·통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을 두고 고심에 들어갔다. 전경련의 임시총회를 앞두고 임시회의를 소집했지만 2시간여에 걸친 격론에도 7명 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정경유착’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준감위가 재가입에 면죄부를 준다는 여론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전날 임시회의를 열었지만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선 정경유착 재발 우려와 함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응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준감위가 ‘정경유착’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준감위의 태생 배경 때문이다. 준감위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삼성 경영진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조직이다.

이찬희 준감위원장도 정경유착 재발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회의 참석에 앞서 “(전경련의) 개혁안은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가장 걱정되는 점에 대해 “삼성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준감위 월례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경련이) 헌법 119조 1항에 명시된 경제사회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치권력이나 전경련 스스로 확고한 ‘코페르니쿠스 전환(혁명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경련의 확실한 쇄신이 있기 전까지 재가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대답이었다.

전날 회의에선 격론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 위원장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며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준감위는 오는 18일 오전 회의를 다시 열고 논의를 이어간다.

재계에선 여전히 전경련이 정경유착을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6개월 간 임시로 전경련을 이끈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비롯해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수뇌부에 정치인 낙하산 인사 부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5월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정경유착’ 탈피를 위한 대책으로 ‘윤리헌장 제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외부 위원들이 중심이 된 ‘윤리경영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사전에 정경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준감위 일각에선 한경협 윤리경영위원회의 활동을 보면서 재가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지난 16일 임시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준감위, 제도적 장치 통해 삼성의 한경협 활동 억제?

시민단체는 이미 반대의견을 표한 바 있다. 지난달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전경련이 실질적인 개혁 없이 이름만 바꿔 과거로 회귀하려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경련의 조직개편은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탈퇴한 4대 그룹이 전경련으로 복귀하도록 하려는 시도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하게 된다면 전경련은 사실상 과거로 완전히 회귀하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4대 그룹은 스스로 논란과 위험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재계는 삼성의 재가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기업 환경을 억누르는 각종 규제에 대한 대응 등 경제계가 힘을 합쳐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계에선 준감위가 조건부 찬성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준감위 회의에선 ‘향후 정경유착과 같은 문제 발생 시 회비 지급을 불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 등 조건부 승인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을 비롯해 한경협 활동에 대해 내부통제 강화 등 정경유착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적 장치를 만들 가능성이 큰 셈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전경련에 재가입을 하더라도 회장단 합류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사에 이름을 올리는 선에서 새롭게 출범할 한경협 활동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준감위가 재가입을 결정하면 각 계열사는 권고안을 참고해 이사회에서 복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준감위의 권고는 의무 이행 사항은 아니지만 각 계열사가 준감위의 권고에 반하는 경영활동을 할 경우 이사회를 거쳐 이를 공표할 의무를 갖고 있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으로 한경협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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