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대북 송금 이재명 알았다”...이화영의 법정 증언은 5주째 연기
  • 김현지 기자, 정윤성 인턴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5 12: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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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적 사법방해 의심”…김성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사실상 인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9년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쌍방울은 당시 경기지사인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300만 달러를 포함해 모두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직접 북한 측에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법정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은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입건하고 8월30일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올해 들어 5번째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시사저널 박은숙

김성태 작심 발언…이화영은 침묵

8월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204호 법정에서 쌍방울 법인카드 유용 등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열렸다. 초미의 관심사는 2019년 당시 대북 송금 사실을 이재명 대표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한 달 가까이 공전되고 있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변화가 알려지면서 변호사 사임과 부인의 법정 소란 등 이례적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법무법인 해광이 또 사임하면서 법정에조차 불출석했다. 검찰은 “조직적인 사법방해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전은 오후에 벌어졌다.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했고, 이에 재판이 다시 속개됐다. 이날 재판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측 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김 전 회장이 등장하면서 이날 재판은 한편의 ‘누아르’ 영화를 보는 듯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검찰 신문 과정에서 대북 송금을 시인한 것은 물론 이재명 대표가 이를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대북 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야기를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황토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선 김성태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수시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모든 내용을 보고했기 때문에 이를 (이 대표도) 알고 있다고 증인에게 이야기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는 자선단체도 아니고 사업가”라며 “당시 직접 이 지사에게 설명을 듣거나 한 적은 없지만 (북한 측과) 협약식을 할 때나 단둥, 필리핀 등에서 행사할 때마다 통화를 했고,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고맙다고 수신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5월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서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요청받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북측과 방북 비용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북측과의 방북 비용 협상 과정을 이 전 부지사가 인지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북측에서 처음 방북의 대가로 500만 달러를 요구해서 이를 이 전 부지사에게 전달했고, 이 전 부지사가 100만 달러 정도로 해보라고 해서 협상한 결과 최종적으론 300만 달러로 방북비가 북측과 합의됐느냐”는 검찰 측 신문에 김 전 회장이 “그렇다”고 답했다. 즉, 김 전 회장이 방북비 협상 과정을 모두 이 전 부지사와 공유했다는 것이다.

 

김성태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은 “2019년 5월쯤 방북 비용이 300만불로 조율됐고, 이를 증인이 대신 납부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모두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모두 보고했다고 했고, 이 도지사와 통화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사실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에게서)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대북 송금을 인지했다고 했다.

송명철 등 북한 측 조선아태위원회와 합의서를 작성한 2019년 1월17일,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직접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저녁 자리에서 이 대표와 전화한 후 김 전 회장에게 이 대표와 통화하라며 전화기를 넘겼다는 것이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다음은 김 전 회장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분(이재명 대표)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제게 노상강도라고 하고…(중략)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2억여원의 후원금을 냈다. 최소한, 금전적인 것을 가까이한 사람에게 노상강도라고 표현하고…(중략)…저는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 사람이다…(중략)…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열심히 살고 자신들을 평생 지지한 사람을, 어느날 갑자기 뜻이 안 맞는다고 이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재판에서 거론됐다. “이 대표가 2019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정치생명에 위협이 있었고, 3심 재판을 맡은 것이 이태형 변호사다. 이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이 변호사를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대해 김성태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이자 경기도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나승철 변호사도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나 변호사는 2020년 9월~2021년 2월 나노스 사외이사를 지냈다. 김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태형 변호사에게 부탁해 소개를 받았다”며 “이 역시 이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고 인정했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역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부탁해서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김성태 전 회장은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7월경 1억5000만~2억원의 후원금을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쪼개기’로 이재명 대표에게 후원한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엔 정확히 인지를 못 했지만 나중에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며 “최근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이야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도 쪼개기 후원금을) 알고 있었으니 제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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