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뇌물제공·허위서류에도 ‘솜방망이 입찰제한’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8.28 1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년간 92개사 적발…뇌물 1.5개월·허위서류 3개월
‘입찰제한 2년’은 담합한 3개사 뿐…가처분·소송 등으로 제재 회피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 ⓒ연합뉴스

지난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뇌물을 제공한 업체에 최대 3개월의 입찰 제한을 하고, 부정 행위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6개월의 제재를 하는 등 '솜방망이 입찰 제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전관 명단을 허위로 제출한 업체에 계약 취소·입찰 제한 제재를 예고했지만 기존의 처분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LH가 입찰 제한 제재를 한 업체는 모두 92곳이다. 입찰 제한 사유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59%(54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들 업체는 1∼6개월의 입찰 제한 제재를 받았다.

뇌물을 제공했다가 입찰 제한을 받은 업체가 11개사(12%)로 뒤를 이었다. 뇌물을 제공한 업체에 대한 최대 입찰 제한 조치는 최대 3개월에 그쳤다. 도급순위 20위권인 A건설사는 2020년 뇌물 제공으로 1.5개월 입찰 제한을 받았다. 30위권인 B건설사와 40위권 C건설사 역시 각각 2019년과 2018년 뇌물 제공을 이유로 1.5개월 제재를 받았다.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는 11개(12%)였다. 이 경우 LH는 3개월 또는 6개월간 입찰 제한 조치를 했다.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계약 체결·이행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LH가 부과한 입찰 제한은 최대 6개월이었다.

LH가 부과하는 최대 입찰 제한 기간은 2년이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3개사가 담합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년의 입찰 제한 제재를 받았다. 주식회사 '마이다스아이티'와 '킹콩'은 LH가 2013∼2016년 발주한 수십억원대 사이버 견본주택 입찰 때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9년 2년 입찰 제한을 받았다. 지난 5월엔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재산종합보험과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 담합을 주도했다는 사유로 KB손해보험이 2년 제재를 받았다.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LH는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참가업체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의무 제출하는 방안을 지난달 20일부로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이때 거짓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 계약을 취소하고 입찰도 제한한다. 입찰 제한 기간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철근 누락에 책임 있는 업체에 대해선 현행 최대치인 2년보다 더 길게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의원은 "거래 업체의 불법 행위 등 적발된 문제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제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향후 강화된 제재 기준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 LH 스스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LH의 입찰 제한에도 업체들이 각종 편법으로 제재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제재가 부당하다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 제재 효력을 정지시킨 뒤 아무런 문제 없이 다시 LH에서 하는 사업을 따내는 식이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제기 소송 절차는 1~3심까지 5년 가량이 걸리고,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과다하다며 처분을 깎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몰라도 대형 업체들에 대한 입찰 제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