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마약검사 직접 받아보니
  • 정윤경 인턴기자 (yunkyeong000@daum.net)
  • 승인 2023.08.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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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6종 모두 음성’ 판정…민감한 개인정보 제출 ‘無’
서울시민이면 보건소서 ‘무료 익명 검사’…25개 자치구로 순차 확대

최근 강남구 학원가에서 발생한 ‘필로폰 음료’ 사건, 클럽·유흥업소의 ‘퐁당 마약’ 등으로 나도 모르게 마약류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우려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중독 등을 조기에 해결하자는 취지로 ‘마약류 무료 익명검사’를 이달 10일부터 시작했다. 도봉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3개 자치구를 시작으로 25개 자치구 모두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마약류 신고 건수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많은 강남구는 28일 마약류 검사를 시작했다. 시행 둘째 날인 29일 오후 3시 강남구 보건소에서 ‘마약 검사’를 직접 받아봤다.

강남구 보건소에서 받은 '보건소 마약류 익명검사 수검자 보관증'ⓒ시사저널 정윤경
강남구 보건소에서 받은 '보건소 마약류 익명검사 수검자 보관증'ⓒ시사저널 정윤경

먼저 1층 안내 데스크에 찾아가 ‘마약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하자 직원이 2층 검사실로 안내했다. 검사실은 한산했다. 보건증을 발급하기 위해 방문한 두어 명 말고는 마약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은 없었다.

검사실에서 방문 목적을 밝히자 한 직원이 조용히 담당자를 불렀다.

담당자에게 “마약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은 기자가 처음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담당자 안내에 따라 QR코드에 접속하니 ‘사전 설문지’로 연결됐다.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설문이었다.

설문지에는 ▲성별 ▲연령대 ▲마약류 의심물질에 노출됐는지 ▲최근 2주 내 치료 목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복용했는지 ▲마약류 사용으로 인해 법적 처분 등을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적혀 있었다.

답변 제출 뒤 QR코드에 자동으로 생성된 ‘고유번호’를 보여주면 접수가 완료된다. 담당자는 ‘타이레놀 등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없는지’ 등을 묻고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5분쯤 기다리니 담당자가 수검자 보관증과 종이컵 하나를 건넸다. 그는 “종이컵 1/3 정도가 차도록 소변을 받아오면 된다”며 “20분 뒤 보관증에 적힌 검사실로 전화를 하거나 밖에서 대기하면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성이면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 보라고 권할 거다. 결과지를 수령해서 2차 판별 검사기관(서울 은평병원)을 가면 접수비나 검사비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며 “음성이면 별다른 결과지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변 제출 후 20분쯤 지난 뒤 “필로폰, 대마, 모르핀, 코카인, 암페타민, 엑스터시 등 6종 모두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얼마 만에 결과가 나온 거냐’는 질문에 직원은 ‘10분 내로 음성 판정이 났다’고 답했다.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이름, 구체적인 나이, 지역, 휴대폰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제출하지 않아도 됐다. 수검자 보관증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개인 연락처(전화번호 혹은 이메일)로 결과를 통보 드리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보건소 직원은 “여러 사람이 검사를 받으러 와도 (개인정보를 확보하지 않아) 누군지 알 수 없다”며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강남 학원가 사건 등 본인도 모르게 마약류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불안에 떠는 시민을 위해 (마약 검사를) 도입하게 됐다”며“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약류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익명으로 검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보건소에서 ‘마약류 익명검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질병 치료 등의 이유로 마약류에 노출됐거나 마약 중독·재활 치료자, 직무 수행 관련 진단서 발급 희망자는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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