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논란’에 드리운 尹대통령 그림자…박정훈 구속영장 청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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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 “일방 주장 유감…수사 거부·증거인멸 우려 고려”
대통령실, VIP 격노 논란에 “尹 보고 및 국방장관 통화 여부 몰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월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월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이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이번 수사를 둘러싼 각종 잡음의 출발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를 일제히 부인했다. 

국방부는 30일 "검찰단은 신속 수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피의자가 계속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잇따른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하며, 피의자가 수사절차 내에서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등 필요한 주장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관련 수사 결과를 경찰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30일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있는 군인 사망 사건 수사권은 민간 경찰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혁신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장관이 해병대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까지 했지만 국방부는 이튿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박 대령은 이미 이 장관 보고와 결재까지 마무리 된 점을 감안해 지난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했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한 뒤 혐의를 '항명'으로 변경했다.

입건된 박 대령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죄명과 피의사실, 혐의 등을 수사 보고서에서 빼라는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군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한 뒤 수사심의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수사심의위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이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군내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기구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 연합뉴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아무개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심의위는 지난 25일 이번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군검찰은 박 대령에게 28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박 대령은 군검찰에 출석해 서면 진술서만 제출하고 직접적인 진술은 거부했다. 

그는 진술서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31일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했다'고 말했다고 주장, 이번 사건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파장이 확산했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에 '정말 VIP가 맞느냐'고 재확인했고,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사령관은 군 검찰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수사 축소나 외압 의혹 등을 부인하면서 안보실 2차장과 통화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정한 상태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VIP 격노' 논란에 대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논란이 된 지난달 31일 회의에 참석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이 질책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저도 언론에서 보긴 봤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통화 여부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말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 역시 이날 국회에 출석해 채 상병 사건 수사 이첩 보류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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