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은 ‘내로남불 정당’” 응답, 국민은 48%인데 당원은 19.5%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4 10:05
  • 호수 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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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민·당원·당직자 정치 인식조사 내부보고서 입수
민심·당심 간 인식 '괴리' 확인…개딸 세력 커질수록 민심과는 멀어져

8월18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행하는 의원 없이 홀로 나왔지만 사실상 혼자는 아니었다. 촛불연대, 잼잼 자원봉사단, 더민 내조의 여왕 등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 단체 회원 500여 명이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집결해 이 대표와 함께했다. 이 대표의 발길이 어디로 향하든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강성 지지층, 소위 ‘개딸’(개혁의 딸)은 이 대표의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무비판적 지지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노사모’ ‘문빠’로 불리는 팬덤층보다 한층 규모가 커졌다고 평가받는 개딸은 민주당 당원으로서 당의 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8월17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개딸 115만명 규모, 40대가 가장 많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8월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권리당원 규모는 245만4332명(2023년 6월30일 기준)에 이른다. 민주당에선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면 권리당원 자격을 갖게 된다. 권리당원 수는 이 대표가 대권주자가 된 2021년 이후 대거 늘어나 그 규모가 불과 2년 반 만에 두 배로 커졌다. 이 기간에 유입된 115만8432명을 개딸로 정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권리당원의 47.2%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의 팬클럽 중에 2010년경부터 2017년 대선 경선 직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손가락혁명군’이 있었다. 당시 30대가 주축이 되어 SNS에 이 대표 관련 글을 퍼나르는 등 온라인상에서 지지 활동을 하던 이들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됐다. 대선 경선이 끝나고 이 대표가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해산했는데, 이들이 이제 40대가 되어 대거 개딸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딸에 20·30대 비중이 크다고들 알고 있지만 사실은 4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연령별 비중을 보면 ‘50세 이상~54세 이하’가 15.8%로 가장 많고, 다음은 ‘55세 이상 59세 이하’ 13.8%, ‘60세 이상 64세 이하’ 12.8%, 45세 이상 49세 이하 12.2%  순이다. 성별 비율은 남자 53.2%, 여자 46.8%다. 지역별로는 경기(20.4%)가 가장 많고 다음은 서울(18.1%), 전북(13.3%), 전남(12.4%) 순이다.  

개딸의 핵심은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

개딸을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된 지구 내부구조에 비유하자면, 가장 안쪽인 내핵에 자리하는 코어(핵심) 지지자들로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민주당에서 출범시킨 ‘잼잼 자원봉사단’ 회원들을 꼽을 수 있다. 이 대표의 팬카페 중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현재 21만597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이 카페는 지난해 8월 이후 신규 회원 가입을 차단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지난해 공식 출범시킨 잼잼 자원봉사단은 이 대표의 지지자를 늘리고 투표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공식 자원봉사단으로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 이 대표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을 넓은 범위의 개딸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이 대표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긍정적으로 답하는 지지자들이 100% 전부는 아니겠지만 ‘범(汎)개딸’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 유권자 4400만 명 중 현재 민주당 지지율을 32%로 보면 1400만 명가량이 민주당 지지자일 것이고, 이들 중 이 대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이 약 60%라고 한다면, 840만 명 정도가 ‘범개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범개딸은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개딸과는 구분되는 ‘이재명 지지층’에 더 가깝다. 

민주당의 권리당원 증가는 당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권리당원이 늘어난 것은 당세가 확장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선거에서 민주당을 뽑아줄 유권자가 늘어난 것이다. 개딸은 이미 다 유입된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는 지역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이 모아오는 당원들로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대표가 소수 팬덤층에 둘러싸이면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보여주는 민주당 내부조사 결과도 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민주연구원의 국민·당원·당직자 정치 인식조사 내부보고서(2023년 5월)를 보면, 민주당에 부합되는 이미지를 묻는 질의에서 국민 응답은 ‘지지자 중심’(49.0%), ‘무책임’(48.3%), ‘내로남불’(48.0%), ‘무능’(45.4%), ‘낡은 틀’(42.6%) 순으로 나타난 반면, 당원들은 ‘낡은 틀’(39.3%), ‘무능’(30.6%), ‘무책임’(22.7%), ‘지지자 중심’(22.0%), 내로남불(19.5%) 순이었다. 인식 격차가 가장 큰 이미지는 ‘내로남불’로, 해당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답한 국민(48%)과 당원(19.5%) 간 응답률 차이가 2배를 넘어선다.  

극복해야 할 이미지를 묻는 질의에서도 인식의 격차가 드러났다. 국민에게 정치권이 최우선으로 극복해야 할 이미지를 물었을 때 ‘국민 전체보다 일부 지지자만을 위하는 이미지’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당원에게 민주당이 최우선으로 극복해야 할 이미지를 물었을 때는 ‘낡은 틀에 갇힌 이미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은 ‘일부 지지자 중심’(43.2%), ‘무능’(40.9%), ‘무책임’(40.1%), ‘낡은 틀’(36.3%) 순으로 답했으나, 당원은 ‘낡은 틀’(56.0%), ‘무능’(52.0%), ‘지지자 중심’(28.0%), ‘내로남불’(25.9%) 순이었다.  

또 ‘강성 지지자의 활동이 소수 의원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도 국민 66.8%가 동의한다고 답한 반면 당원 중에서는 46.7%만이 동의한다고 답해 인식 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8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만 개딸 설득할 수 있어”

민심과 멀어지는 민주당 행보에 지쳐 민주당을 이탈한 이들도 있다. 국내 대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박아무개씨(44)는 2017년부터 당비를 내며 유지해 오던 민주당 권리당원을 최근 탈퇴했다. 평생 모든 선거에서 ‘2번’에 투표해온 박씨는 “내년 총선 때 평생 처음 투표를 안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민주당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독재정권을 기반으로 탄생한 보수당이 그에 대한 반성 없이 이어져 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역시 뼈저린 반성이나 인적 쇄신 없이 지금의 국민의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대안세력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민주당 역시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도 쇄신도 없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 없이 재보선에 나오고 당대표로 나온 게 너무 보신주의적이었다고 본다. 희생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협치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과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협치와 민주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이 대표는 코어 지지자들은 안을 수 있을지 몰라도 확장성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권주자가 된 이후 자신도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대표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류아무개씨(43)는 “지난 대선에서 지면서 너무 소극적인 지지자로만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비를 내고 권리당원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이 대표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 차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과거부터 민주당의 개혁세력을 지지해 왔다. 이 대표가 개혁을 통해 무언가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은 있기에 지지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이라도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삶을 살아왔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지지를 철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경 혁신위’가 내놓은 권리당원 1인 1표제와 관련해 당내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을 두고 류씨는 “민주당 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1인 1표제에 반대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김은경 혁신안에는 최고 대의기구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 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하는 안이 포함됐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 개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40대 민주당 지지자들은 보수 비토가 굉장히 강했던 이들이다. 이 대표가 ‘반(反)윤석열’ ‘반보수’라는 대표성이 있으니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팬덤 지지층은 양날의 칼이다. 필요시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지지층이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면 중도 무당층이나 합리적 보수층이 민주당으로 오기 힘들어진다. 이 대표에게 개딸과 결별하라는 일부 목소리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핵심 지지층을 어떻게 버리겠나. 오히려 개딸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이 대표가 나서서 개딸에게 이런 식으로 가면 국정 협조도 안 되고 선거도 어려워진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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