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당한 결석’ 요청, 3년간 978회...사유는 비공개
  • 정윤성 인턴기자 (jys7015@naver.com)
  • 승인 2023.09.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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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이유로 국회 출석 못할 때 청가서 제출…사유·허가 관련 규정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국회 불출석 사유는 국민들의 알 권리에 해당...제도 개선 시급”

21대 국회 3년간 본회의와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정당한 결석'이 1000건 가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들은 본회의나 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을 때 불출석을 허가받는 '청가'(請暇)를 쓴다. 그러나 청가 사유에 관한 규정과 지침이 뚜렷하지 않아 남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률소비자연맹이 제공한 국회의원 청가현황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3년간 정기회 본회의 및 위원회에서 허가된 청가는 총 978회다. 이 기간 국회 본회의에서 청가를 1번 이상 쓴 의원은 총 247명이다. 많게는 20회 이상 청가를 쓴 의원이 7명, 10회 이상 20회 미만은 26명으로 확인됐다.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 298명 중 259명 의원이 출석한 채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수정)이 처리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8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 298명 중 259명 의원이 출석한 채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수정)이 처리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청가 사용횟수가 가장 많은 의원 10명 중 장관을 겸직한 6명을 제외한 4명을 순위별로 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30회,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회,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19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18회 순이다. 국회 회의록에 청가를 낸 의원 성명은 기록하지만 청가 사유가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은 청가를 쓴 윤상현 의원 측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 재판 준비 등으로 부득이하게 본회의에 불출석했고 이후에도 건강 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청가를 낸 황보승희 의원은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직에서 물러난 뒤 개인 사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의원들이 청가 사유로 든 개인 사정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국회 사무처에 문의한 결과 "청가 사유는 개인정보라 공개가 불가능하다"고만 했다. 

병가나 출산으로 낸 정당한 청가도 있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해 공황장애로 장기간 청가를 낸 후 해당 기간 세비는 모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혜인 의원은 출산으로 인해 2021년 5월부터 두 달여 간 본회의에 나오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병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 없기에 이 같은 불출석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 

지난해 5월부터 1년간(3차년도) 가장 많은 청가를 낸 의원은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으로 총 10번의 청가서를 제출했다. 정 의원 측으로부터는 청가 사유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두번째로 많은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9번의 청가를 냈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은 "지난해 7월20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출장 승인 받기가 애매해서 청가서를 내고 출장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장의 사전 승인 하에 공식적인 해외활동을 할 수 있다. 또 국회 규정상 국회가 개회 중인 때에는 국제회의 참석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원 또는 의원단의 해외활동을 위한 출국을 제한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재보궐 당선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9번의 청가서를 제출했다. 안 의원 측은 "생방송과 강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역시 9번의 청가를 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측은 “주로 대구시당 활동으로 대구에 방문했고 개인 일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14조에 따르면 '결혼식 주례'나 '지역구 활동'은 정당한 사유에서 배제된다. 그 외에 시도당 활동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여야 서로 봐주기식 규정 마련…불출석에 관한 엄격한 입법 필요”

청가 허가는 사실상 국회의장 재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결혼식 주례와 지역구 활동이 아닌 청가는 모두 결재를 올린다. 국회 행정법무담당 관계자는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어겼을 때 징계나 제재는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은 자신이 뽑은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유를 알 권리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으로서 본회의가 기본인데 국회에서는 여야 정쟁만 하다가 회기 때면 다른 일정을 소화하려 청가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가뿐만 아니라 결석에 관한 전반적인 제재가 미흡하다 보니 의원들의 출석률이 낮은 것”이라며 “여야 서로 봐주기식 규정을 마련하기보다는 불출석에 관한 엄격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규정상 본회의나 위원회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의원은 1일당 특별활동비 3만1360원을 못 받게 된다. 그러나 청가서를 제출하거나 사후 결석계를 내면 이 조차도 감액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의원들의 결석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의장이 휴가를 허가한 경우라도 세비 100유로(약 14만원)를 감액한다. 의원이 입원중이거나 출석이 불가한 의학적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20유로는 감액된다. 미국 연방 하원은 의원 본인이나 가족의 질병이 아닌 다른 이유로 불출석하면 세비를 삭감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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