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가량 대치하다 박 대령 구인…동기들 해병대 군가 부르며 응원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구인영장을 집행했다. 군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군사법원 앞에 도착한 박 대령에 '법원 출입문을 열어줄 수 없다'며 국방부 영내로 이동할 것을 통보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은 3시간 가량 대치를 벌였다.
박 대령은 1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영장 심사를 위해 오전 9시40분께 변호인과 함께 국방부 후문에 위치한 군사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출석에 동행한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들은 박 대령과 손을 맞잡고 포옹하며 응원을 보냈다. 이들은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고 박 전 단장과 거수경례를 나누며 '필승'을 외치기도 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항명이란 어이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며 "지금 군 검찰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오염돼 있다. 권력에 도취된 행동에 대해 군판사들이 국민들 눈높이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입막음을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해병대사령관의 대통령(VIP) 언급이 나오자마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시기적으로 오해 사기 딱 좋은 때 영장이 청구된 것"이라고 군 검찰의 의도가 깃든 영장청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의 입장 표명이 끝난 후 박 대령은 곧장 군사법원으로 향했지만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바깥에서 대기해야 했다. 국방부는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국방부 영내를 통해 들어오라고 통보했다.
박 대령과 변호인은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군인의 군사법원 출입문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군사기밀 유출이 없는 공개재판에만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가는) 철문을 개방하고 있다"며 "오늘 (영장심사) 재판은 비공개여서 국방부 후문을 통해 허가된 인원만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국방부와 박 대령 측은 3시간 가량 대치를 이어갔고, 결국 군 검찰은 정오께 영장을 집행해 박 대령을 영장실질 심사장으로 구인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소병철·박범계·박주민·박용진·김승원·이수진·최강욱 의원이 현장에 도착해 국방부 검찰단 측에 거센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앞서 군 검찰은 박 대령에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대령이 채 상병 수사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는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무단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방송에 출연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허위 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박 대령 진술서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조사 결과와 관련해 'VIP가 격노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는 것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는 주장이 담겼다. 국방부와 김 사령관, 국가안보실은 일제히 박 대령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이날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는 해병대 예비역 장병들과 시민 등 총 1만7139명의 서명이 담긴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박 대령 측에 전달했다.
박 대령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