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교사 집회 어땠길래…‘칼각·질서’에 경찰도 놀랐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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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인원 참가한 여의도 집회 처음부터 끝까지 ‘질서정연’
교사들도 감사 표하며 “경찰들 땀과 수고로움 잊지 않을 것”
9월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전국 교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질서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전국 교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질서정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깔끔 그 자체다. 이런 집회만 다니면 좋겠다."

20만 명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교사 집회를 두고 경찰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교사들의 숫자가 49재를 기점으로 절정에 달하면서 긴장감이 커졌지만 바둑돌을 연상시키는 질서정연함과 후속 처리에 경찰도 응원을 보냈다. 

4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틀 전인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집회' 현장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 당시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10만 명)에 달한다.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가 꽉 찼고 공원 주변 도로는 물론 국회에서 1㎞ 떨어진 5호선 지하철역 여의도역까지 교사 행렬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바둑돌인지 알았다" "각 잡힌 교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런게 솔선수범" 등 질서정연함 속 집회를 이어가는 교사들에 응원을 보냈다. 

유례 없는 대규모 교사 집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당시 약 800명에 달하는 기동대 10개 중대를 배치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경찰은 '집회 내용이나 다른 이슈들은 차치하고 깔끔 그 자체"라며 "자체적으로 질서유지 인원 선발해 통제하고, 자리 배열 딱딱 맞춰서 앉고, 쓰레기 다 가져가고 집회시간 연장 없고. 이런 집회만 다니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경찰도 "역시 믿고 안심되는 선생님들의 집회였다"며 "대한민국 시위 문화가 전부 이랬으면, 경찰 기동대 필요없을 듯 싶다"는 소회를 남겼다. 

교사들이 9월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사들이 9월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사들도 안전한 집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준 경찰에 감사함을 표했다. 

한 교사는 블라인드에 "9월2일 집회 참석을 위해 국회의사당역을 나오자마자 이미 수 많은 검은 점이 되어 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들과 오전 일찍부터 분주하게 집회의 현장을 지켜주시는 많은 경찰관 분들이 함께 눈에 띄었다"며 "많이 덥고 힘드셨을텐데 7주째 이어지는 집회의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경찰관 분들 중에서도 집회를 지켜주시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신 기동대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 모든 분들이 긴 하루 끝에 편안한 휴식처인 집까지 안전하게 잘 도착하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집회가 7차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함께해주신 경찰관분들의 땀과 수고로움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않겠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경찰관분들께서 힘든 민원인 때문에 고통받지 않으시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경찰들은 교사의 글에 댓글을 남겨 "저도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울컥하더라. 응원한다" "교권 확립하고 공권력도 확립하자" "현직 경찰로서 교사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우리의 공권력과 교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9월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여의도 집회 현장에서도 온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사들이 경찰에 시원한 물을 건네거나 "고맙다" "수고한다" 등 서로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이초 교사 49재를 앞두고 교사들의 분노와 정부 규탄 수위가 점차 커지는 만큼 경찰도 '이번엔 다를 수 있다'며 긴장 상태였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난 8개 차로가 가득 메워질 정도의 인원이 모였지만 소음 유지명령만 한 차례 내려졌을 뿐 집회가 끝날 때까지 '칼각'을 유지하며 준법 집회를 이어갔고 우려했던 '만일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7주째 전국에서 모여든 교사들이 자발적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해당 집회와 관련해 물리적 충돌이나 별다른 잡음이 나온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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