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이 ‘있을 수 없는 일’ 했다는 국방장관…“尹 격노? 허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4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섭 장관, VIP 격노·수사 외압 의혹에 “사실 아냐”
“박 대령, 사실 아닌 얘기 너무 많이 해…신뢰 못해” 저격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과 'VIP 격노' 의혹 등을 제기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주장을 거듭 일축하며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수사를 거부했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며 그런 것들이 증거인멸로 판단돼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박 대령에 적용한 항명 혐의에 대해 "정당한 항변이 아니라 정당한 해병대 사령관의 지시를 어긴 것"이라며 "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언론을 통해 허위의 주장을 반복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으로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고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법원은 지난 1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받은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군 검찰이 주장한 도망 염려 및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령과 그의 법률 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서를 이 장관이 직접 결재했고, 정당한 보고와 결재를 완료한 사안을 법률적 절차에 따라 경찰에 이첩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주장대로 '항명' 혐의가 인정되려면 상관의 명시적인 지시나 그 근거가 되는 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모두 없었다는 게 박 대령 측 주장이다.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군 사망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월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첫 심문에 출석하며 군 사망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장관은 이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대통령이 장관과 통화해 사단장을 처벌하면 안 된다고 질책해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박 대령 측이 변호인을 통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너무 많이 얘기해왔다"고 항변했다. 

그는 "저도 (대통령과)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고, 안보실도 그런 사실(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등 수사 관여 및 외압 행사)이 없다고 밝혔다"며 "(박 대령 측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고 조사 결과에 혐의자를 포함하지 않고 (수사 보고서를) 보내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저를 포함한 국방부 누구도 (경찰 이첩 자료에) '누구를 넣어라, 빼라' 한 적이 없다"고 수사 외압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격노라든지,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외압을 했다든지 이런 것은 전부 사실이 아니고 (박 전 수사단장) 변호인 측에서 허위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수사단 수사 결과에 'VIP(대통령)가 격노했다'고 들었으며, 이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죄명과 피의사실, 혐의 등을 수사 보고서에서 빼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서면 진술서를 군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