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누가 돼도 ‘기록’…막판 변수는?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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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은행장→회장’ 선임 코스 밟나
노조위원장 출신 금융지주 회장 탄생 여부도 관심사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8일 최종 후보자 1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8일 최종 후보자 1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KB금융지주의 새 수장을 뽑는 절차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내부 인사 2인과 외부 인사 1인 등 3인이 최종 관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의 ‘내부 2파전’ 양상이라는 평가다.

두 후보 모두 최종 후보로 오른다면 기록을 쓰게 된다. 허 부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뽑힌다면 ‘은행장→회장’이라는 금융권 회장 선임 코스가 깨지지 않는, 양 부회장이 오른다면 은행장 역임 없이 회장에 뽑히는 케이스가 된다. 하지만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터라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 양종희·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금융권에선 큰 이변이 없다면 내부 인사 중 1명이 회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회장이 바뀐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관료 출신의 강력한 외부 후보가 없는 탓이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출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관치 논란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부 인사인 양종인·허인 부회장 가운데 1명이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다면 그 자체로 ‘기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 부회장은 ‘포스트 윤종규’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인물이다. 허인, 이동철 등 부회장단 3명 가운데 2020년 가장 먼저 부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 내부에선 역시 ‘윤종규의 심복’이란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양 부회장은 2016년 KB손해보험 초대 대표이사를 맡는 등 주로 비은행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다. 지주사 경영·전략 업무 경험이 많지만 지주의 핵심인 은행을 이끌어보지 않았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장을 거쳐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는 코스는 금융권에선 흔한 일이다.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은행장을 역임하고 회장에 올랐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신한은행장을 지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4년 가까이 KEB하나은행을 이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 경험이 없는 양 부회장이 리딩금융그룹의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다면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지주에 몸담을 당시 상무에서 전무, 부행장을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화제를 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KB손해보험 제공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KB손해보험 제공

‘은행장 찍고 회장 직행’ 불패신화 유지되나

반면 허 부회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된다면 은행장을 역임하고 회장에 오르는 금융권 전통이 유지될 전망이다. 은행장 이력이 회장으로 가는 길에 든든한 배경이라는 은행권 역사가 다시 한 번 이어지는 셈이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설립 이후 최초의 3연임 은행장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를 경우 노조위원장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 탄생하는 기록도 나올 수 있다. 허 부회장은 과거 장기신용은행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2017년 11월 시중은행 가운데 첫 노조위원장 출신 은행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레이스 막판 불거진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127억원 주식 부당이득 사고에도 최종 3인에 합류했다. 이번 KB국민은행의 사고가 벌어진 기간이 허 부회장의 은행장 재임 기간과 일부 겹친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마지막 관문까지 도착했다.

사건 발표 이후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KB 회장 선출 관련해 선을 그었다는 점도 이채롭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해당 사건 발표에 대해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궁극적으로 선임 절차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선 허 부회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 법대 1년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그는 서울대 법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다.

회추위는 오는 8일 후보자들 인터뷰로 심층평가를 실시하고, 투표로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오는 12일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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