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원한 獨 하팍 탈락…산은, HMM 지분 매각 묘수 있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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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하림·동원 등 국내 기업 3파전으로 압축
예상 매각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금 보유
인수가격 낮을 경우 지분 물량 조절 가능성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HMM 인수 후보군이 LX인터내셔널과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3곳으로 압축됐다.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가 HMM 매각 적격 인수 후보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면서다.

업계에선 예비입찰과정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하팍로이드가 떨어지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계획대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자금동원력이 약한 국내기업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매각 지분 물량을 조절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4일 예비입찰에 참여한 국내기업 3곳에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것을 통보했다. 다른 경쟁 후보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세계 5위의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의 탈락은 국내 해운업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3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하팍로이드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및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MM 해외 매각 시 수출입 물류를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할 것이며 국가적 비상사태 시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3개사는 향후 두 달간 실사를 벌이게 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본입찰을 통해 원매자를 낙점, 연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게 된다.

 

‘큰 손’ 제외한 인수전…인수가 눈치보기 극심할 듯

자금 유동성이 가장 풍부했던 하팍로이드(100억 달러, 한화 약 13조원)가 탈락하면서 관심은 국내 기업들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HMM 매각 가격을 맞출 수 있느냐 여부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세 회사 모두 현금 동원력이 최소 매각 가격에 못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 올 상반기 기준 LX그룹과 하림은 각각 약 2조4000억원과 1조6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은 6000억원 수준이다. 최소 예상 매각대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LX와 동원은 계열사 지분 매각 및 자산 유동화를 통해 그룹 내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2015년 벌크선 해운사인 팬오션 인수 당시 함께 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다시 손을 잡았다. 이에 더해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영입했다.

업계에선 향후 진행될 본입찰에서 인수 가격이 낮을 경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일부 소액주주들은 자금력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는 하팍로이드에도 본입찰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보유한 2조7000억원가량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를 고려했을 때 자금동원력이 있는 곳이 HMM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킬 후보라는 논리였다. 아울러 2021년 산은과 해진공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자 주가가 급락한 전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함도 포함돼 있었다.

산은 입장에서도 원매자들이 써낸 가격이 너무 낮을 경우 매각 대상인 주식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경우 산은 측의 잔여 물량이 매각 공고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당초 발표한 매각 지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경우 매각 중단이라는 강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매각 공고에는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 관련 절차가)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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