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띄운 ‘이념전쟁’에 침묵…국민통합위원회는 지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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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통합위 존재감·성과 지적…“국민 분열시키는 尹에 자문은 했나”
與 “尹 취임 기조는 ‘野 태도’가 전제 조건…野 본인들이 분열시켜”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이 취임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을 새 정부의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그로부터 1년, 윤 대통령이 돌연 ‘반국가세력’과 ‘카르텔’을 저격하고 나섰다. 통합을 내세웠던 윤 대통령이 ‘이념 전쟁’에 집중하면서 국민 통합이 아닌 ‘국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친윤석열계 복심’ 김한길 위원장이 이끄는 대통령실 직속 자문 기구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이 5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이 5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위 출범에도 ‘화합 실종’…레드팀 기대 無”

통합위는 김한길 위원장을 필두로 각 부처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27일 출범 후 윤 대통령 기조를 반영한 ‘국민통합 5개년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 현안과 관련된 각 분과별(정치·지역, 경제·계층, 사회·문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특위를 만들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키워드로 각종 정책 대안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통합위 측 설명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통합위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소속 원내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정부 출범 후 국회 협치가 사라지고 국민들도 극단적 팬덤으로 분열됐다”며 “사회적으로도 오히려 직역 갈등이 심화됐고, 묻지마 범죄도 만연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당초 기조와 역행하고 있는데 통합위에서 어떤 자문이나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선포하면서 통합위가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 행사에서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며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같은 이념’을 내걸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자리인데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를 반대세력으로 규정했다”며 “대통령이 부친으로부터 《선택할 자유》라는 책을 권유받아 읽었다는데, 다른 사람의 자유를 용인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들을 컨트롤하고 있어, 통합위도 대통령에 순응할뿐 자문은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위원들도 대부분 정부 국무위원들로 채워진 만큼, 당초부터 레드팀 역할을 기대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2021년 12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2021년 12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위는 대통령 소신 바꾸는 기구 아냐”

반면 여권에선 통합위의 최근 활동을 호평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초 윤 대통령이 내세웠던 기조는 민주당이 거대의석으로 일방통행하지 않고 협치를 이룬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쪽은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통합위는 자문·조력 기구이지 대통령의 소신이나 기조를 바꾸는 기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통합위에서도 대통령의 이념 발언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통합위 관계자는 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념 관련) 입장을 낼 계획은 따로 없다”며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만큼 대통령실과 연관된 현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국무회의 때 국무위원들에게 통합위 자료를 잘 참고해서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서한을 직접 보내셨다. 거기에 대해 김 위원장도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위 분과 위원들도 (이념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긴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청년’, ‘사회적 약자’ 특위 출범을 앞두고 관련 정책 대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자는 분위기”라며 “이념 관련해선 분과 위원님들도 별도의 말씀 없었고, ‘청년’, ‘사회적 약자‘ 등 현안 정책 모색의 필요성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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