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도입 3년 지연된다…‘고난도 이착륙’ 2026년까지 지속
  • 김종일 기자·강윤서 인턴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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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풍’에 취약한 제주공항…연간 3000만 명 이용하는 국내 항공교통량 1위 공항
윤건영 의원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된 기상레이더 설치, 이젠 차질 없이 추진돼야”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월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월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이 당초 올해 1월 완공을 계획했던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관측소’ 구축 사업이 3년 후인 2026년까지 지연된다. 

한라산 북부에 위치한 제주공항은 바람의 세기나 방향이 갑자기 변하는 급변풍(Wind Shear·윈드시어)이 자주 발생해 ‘고난도 이착륙’이 종종 이뤄진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이에 기상레이더 관측망 도입으로 관측기술의 고도화 등을 통해 위험기상 탐지의 정확도와 신속도를 높여 항공운항의 안전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2018년 국정감사 등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지적되면서 기상청은 2020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상레이더 관측소 완공이 예정보다 늦어져 정상 운영이 2026년 1월에야 시작될 전망이라 앞으로 3년여 동안은 계속해서 ‘고난도 이착륙’의 위험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공항은 국내 항공교통량이 가장 많은 공항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2년 연간 기준 제주공항의 여객은 2970만 명에 달한다. 

 

기상레이더 정상운영은 2026년 1월부터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관측소는 크게 두 가지 착공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기상레이더 타워를 준공한 후, 타워에 들어갈 레이더 장비 구축 및 타워를 덮는 돔을 만드는 공정이다. 기상청은 타워공사를 당초 2022년까지 완공하고, 2023년부터 완료된 타워에 설치할 기상레이더 구매 사업 실시 등을 거쳐 돔 구축까지 완공해 정상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타워 공사는 기존보다 22개월 지연된 올해 10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타워 공사의 지연에 따라 관측소의 전체 완공 및 정상 운영은 3년이나 지연된 2026년 1월에야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타워 준공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레이더 장비 구축을 위한 조달계획이 올해 11월 체결된다. 해외에서 제조해 들어오는 레이더 장비는 도입되는 데에만 750여일이 소요돼 2025년 하반기가 돼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상레이더 장비는 2025년 9월 설치가 완료된다. 이후 2025년 말 시범 운영 과정을 거쳐 2026년 1월에야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관측소는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월24일 오전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이 전편 결항한 가운데 출발층 수화물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월24일 오전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이 전편 결항한 가운데 출발층 수화물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연합뉴스

전자파 우려 주민 반대에 사업 늦어져…전자파는 1% 미만

사업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관측소 부지 선정 과정에서 부딪친 지역주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시사저널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구축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5년 미군 사드 레이더 구축 이후 전자파 위해성에 대해 국민 불안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전자파에 대한 의구심으로 주민 동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기상청은 대체부지 확보를 추진했고, 2021년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를 대체 후보지로 확정 짓고 주민 설득에 나섰다. 이후 기상청은 4차례의 주민설명회와 기상레이더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 해소를 위해 2번에 걸친 현장 전자파 측정 등을 실시했다. 기상청은 전자파 현장 실측 결과 전자파는 기준 대비 1% 미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산리 지역주민들은 2022년 12월24일 기상레이더 관측소 구축 사업에 동의를 했지만, 이미 사업은 당초 예정보다 2년이나 늦춰진 상황이었다.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이지만, 더 큰 난관은 전체적인 공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예산 집행 등이 꼬여버렸다는 점에 있다. 시사저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2022회계연도 기상청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은 2021년 공사비 예산 15억2300만원 중 14억1700만원을 계약했지만, 이중 선금 등 7300만원만 집행하고 13억6200만원을 이월했다. 그런데 2022년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해 전년도 이월된 13억 6200만원 중 집행액 10억9800만원을 제외한 2억6700만원은 재이월 금지의 원칙에 따라 불용처리했다. 

이에 따라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급해야 할 총 공사비 중 2022년 불용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타 사업비에서 전용 등을 통해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창석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제주공항 기상레이더 관측소 사업은 집행관리 부실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타 사업의 추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상청은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이와 같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집행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해당 사업 내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가용 예산을 최대한 확보한 상태다. 부족한 예산은 타 사업에 지장이 없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은 “위험기상 탐지의 정확도와 신속도를 높여 항공운항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라면서 “기상레이더 구축 사업이 더 이상 차질을 빚지 않게 기상청이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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