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도 걱정인데 유가는 고공행진 시작…하반기 물가 빨간불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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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코앞인데 과일 가격 13%↑…“9월 사과, 전년比 160% 증가”
정부 “10월 이후엔 물가 안정”…‘뇌관’ 국제유가 100달러 가나
한은 전망치 하반기 평균 유가 84달러 넘어…“물가 상방 요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상인이 과일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상인이 과일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특히 폭염, 폭우 등으로 13% 오른 과일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산물 가격도 5% 넘게 뛰면서 추석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10월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진 탓이다. 석유류 기저효과가 사라질 경우 하반기 물가 상황이 전망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정권에 접어들었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뛰면서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8월 대비 5.4%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사과(30.5%) △수박(18.6%) △복숭아(23.8%) △고구마(22.0%) 등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올랐다. 박창현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농산물은 7월 중순 이후 집중 호우와 태풍 영향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채소 가격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로 1.1% 하락했으나, 전달과 비교하면 16.5% 올랐다. 20대 성수품으로 분류되는 배추 가격은 42.4%, 무는 34.2%나 뛰었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는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크게 뛴 농산물 가격은 추석이 다가올수록 성수품 수요 증가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10㎏에 7만∼7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월의 2만8400원과 비교해 146.5∼160.6%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배(신고) 도매가격은 15㎏에 5만1000∼5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3만2800원)보다 55.5∼67.7%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추석을 앞두고 ‘수급안정대책반’을 꾸려 수급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7일부턴 평시 대비 1.6배 많은 성수품 14만9000t을 시장에 공급한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지난해 403억원에서 올해 410억원으로 늘린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뉴스

사우디·러시아 감산 연장에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돌파

정부는 10월 이후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전반적인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되고 있으며 10월 이후엔 일시적 요인들이 완화되며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도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계절적으로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외 환경이 예상과 벗어나는 모습이다.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각)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1.6% 상승한 배럴당 90.40 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90.8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두 달 넘게 80달러 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 선언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초 10월까지로 예정됐던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두 번째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도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특히 당초 전망과 달리 국제유가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하반기 물가 안정에도 먹구름이 끼였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앞서 하반기 평균 유가를 배럴당 84달러로 보고 물가 전망을 했다. 이정익 한은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 기자설명회에서 “90달러를 넘어선 두바이유 가격이 연말까지 지속된다고 하면 지난 8월 전망 당시 전제한 것(84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이고 물가 상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 추이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인 셈이다.

8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은 7월 29.6%에서 11.0%로 축소됐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1.1%포인트 오르는 데 석유류가 약 80%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7월 2%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전체 물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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