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에 성공한 디즈니플러스, 왜 ‘요금제 손질’에 나섰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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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9900원‧1만3900원으로 요금제 재정비
《무빙》으로 상승세…화제작‧프로모션으로 장기 구독자 유입 꾀해
韓서 광고요금제 도입 없어…‘계정 공유 단속’ 카드 꺼낼지도 주목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6일 ‘요금제 개편’을 공지했다. 그동안 단일 멤버십(월 9900원)으로 요금제를 운영해 온 디즈니+는 오는 11월부터 요금제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다. 월 9900원인 스탠다드 멤버십과 월 1만3900원의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최대 4K 울트라HD 및 HDR 화질, 돌비 애트모스 오디오를 제공하는 기존의 멤버십이 프리미엄 멤버십이 되고, 풀HD 화질과 5.1 오디오 채널을 제공하는 스탠다드 멤버십이 생긴다. 스탠다드 멤버십의 경우 4대의 스트리밍 기기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멤버십과 달리, 동시 스트리밍 기기 수가 2대로 제한된다. 기존 멤버십 가격을 4000원 올리고, 하위 등급의 멤버십을 새로 만든 셈이라 ‘사실상의 요금 인상’이라는 지적이다. 

디즈니플러스는 11월1일부터 개편된 요금제를 적용한다. 월 9900원인 스탠다드 멤버십과 월 1만3900원의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는 11월1일부터 개편된 요금제를 적용한다. 월 9900원인 스탠다드 멤버십과 월 1만3900원의 프리미엄 멤버십이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흥행의 시간’에 공지한 요금제 개편안…11월부터 적용

지금 디즈니+는 달콤한 흥행을 맛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카지노》 외에 크게 힘을 쓰지 못했던 디즈니+는 최근 공개한 《무빙》을 통해 일일 이용자 수(DAU)를 30만 명대까지 크게 늘리며 한국 시장 진출 2년 만에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앱 이용 시간도 크게 늘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디즈니+ 앱의 국내 주간 사용 시간은 1억8500만 분으로 직전 최대 기록이었던 8월 셋째 주의 1억6300만 분보다 13.5% 증가했다. 《무빙》 공개 전인 8월 첫째 주의 앱 사용 시간은 8000만 분에 불과했다. 한국 OTT 시장에서 5위에 머물러 있던 디즈니+가 《무빙》을 통해 대대적인 반란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실적부진에 고심하던 디즈니+는 ‘요금제 손질’이라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려 왔다. 이미 북미 지역에서 지난해 12월 7.99달러(1만700원)의 월 구독료를 3달러 인상했고, 8월에는 오는 10월부터 10.99달러(1만4700원)의 구독료를 13.99달러(1만8700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연이어 구독료를 인상하며 전 세계 구독료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요금제 개편’이라는 안을 내놓은 시점이 《무빙》으로 만들어진 ‘흥행의 시간’인지라, 작품의 흥행을 틈탄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디즈니+는 기존 가입자에게는 월 9900원에 그대로 프리미엄 멤버십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연간 구독을 하는 신규 가입자에게는 할인을 제공하겠다며 기간 한정적인 혜택도 내놨다.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는 41%의 연간 구독 할인 프로모션을 공지하면서 장기 고객 유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와 함께 9월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 《한강》(13일)과 《최악의 악》(27일)의 공개 일정, 영화 《엘리멘탈》의 스트리밍 계획(9월 중)을 함께 공지하면서 콘텐츠 파워를 통한 이용자 유입을 꾀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OTT 플랫폼의 가입자를 견인하는 가장 큰 이유인 만큼, 요금제 변경안이 적용되기 전까지의 가입자 유치 성적은 《무빙》 이후 공개될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디즈니+ 드라마 《무빙》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플러스의 흥행을 이끈 드라마 《무빙》의 스틸 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OTT 플랫폼, 수익성 확대 위해 요금제 개편

요금제 개편은 이미 OTT 플랫폼의 수익성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그 선봉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그동안 베이식, 스탠다드, 프리미엄 요금제(9500원~17000원)를 운영해오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등 12개국에서 월 5500원의 광고요금제를 출시했다. 광고요금제와 계정 공유 금지 조치 등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올해 실적은 날개를 달았다.

광고요금제를 통해 추가적인 매출을 거둘 수 있고, 다양한 요금제가 장기적으로 이용자를 다각화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OTT 업계는 요금제 손질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티빙 등 토종 OTT 플랫폼도 광고요금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지난달 10일 진행된 CJ ENM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사업모델 다변화를 위해 구독형 모델 이외에 광고 모델을 확대하고, 다양한 가격 구간을 설정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하며 요금제 개편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아직 디즈니+는 한국에서 광고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았다. 오는 11월부터 운영되는 스탠다드 멤버십도 광고 기반 요금제가 아니다. 대부분 계정 공유 서비스나 가족 간 공유를 통해 최대 4대의 스트리밍 공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국 시장 특성상, 광고 수익 대신 사실상의 요금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디즈니+는 계정 공유 단속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이 같은 조치가 디즈니+의 가입자 현황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9일(현지 시각)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컴퍼니 최고경영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미 계정 공유와 관련해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은 가지고 있다”며 “연말에 관련 정책에 대한 추가 세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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