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선배’ 김성태, 이재명에 “단식 중 영화도 보는 정신력…희화화 그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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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때문에 앞으로 나올 ‘n번째’ 단식도 신뢰 잃을까 우려”
“저는 ‘드루킹 특검’ 얻었지만 건강 잃고, 3년 후유증 고생”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2018년 국회 단식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이끌어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단식을 희화화시키지 말고 이쯤에서 끝내라”고 촉구했다. 그는 “저는 단식 때 처절하게 투쟁해 당시 ‘드루킹 특검’을 얻었지만, 건강을 잃고 3년간 후유증에 시달릴 정도였다”며 “이 대표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단식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7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168석의 국회 입법권력 제1당의 대표가 무엇이 부족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나”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단식 6~7일차 되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온다. 남들이 말하는 것조차 듣기 싫고 짜증날 정도”라며 “근데 아무리 이 대표가 타고난 정신력이 좋다 해도 그렇게 영화를 관람하고 행사에 다 참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전날(6일) 영화 《봉오동 전투》를 관람하며 홍범도 장군을 기린 것을 비꼰 셈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농성장 인근 계단에 설치된 ‘통제선’(질서유지선)도 문제삼았다. 그는 “단식에 무슨 권위와 직위가 필요한가”라며 “어차피 상하고 훼손될 몸, 걷어찰 사람이 있으면 걷어차고 또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시간대로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만의 방식으로 단식을 시작했으니 그 정도 하고 접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 실제 약자가 처절한 단식을 할 때 이런 사례를 남기면 이후 단식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이 희화화될 경우 앞으로 나올 정치인들의 ‘n번째 단식’도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대표처럼) 약자들이 최후의 수단인 단식을 결행했는데도 우습게 보이거나 ‘혼자만의 쇼’로 흘러가면, 차후 약자들의 선택지가 더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본인이 단식했던 때를 회고하며 “저는 국회 1층 배수로 앞에서 비올 때 장판 하나 깔고 처절하게 투쟁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라 국민들이 우리 당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지율도 10%대였다”며 “그렇다보니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중차대한 사건(드루킹 사건)에도 국민도 언론도 시큰둥했다. 그래서 그때 하나뿐인 선택지가 노숙 단식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저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밀짚모자를 쓰고, 밤에는 이슬을 맞으며 투쟁했다.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나 촬영기자들까지 CCTV와 삼각대까지 설치해놓고 그걸 다 관찰했다”며 “단식 10일차에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도 저는 단식을 풀지 않았다. 이후 11일차에도 제가 병원에서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있으니, 그때 새벽에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찾아와서 역사적인 드루킹 특검 합의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는 본인이 단식 과정에서 턱을 가격당한 사례도 거론하며 “저는 그때도 병원에서 링거를 거부했다. 그걸 맞는 순간 단식이 끝나기 때문이었다”며 “당시 후유증으로 3년간 고생했다. 면역 체계가 무너져서 남들 더울 때 저는 춥고, 한여름에도 온열기를 틀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결국 드루킹 특검은 얻었지만 건강은 잃은 셈”이라면서도 “처절함 덕분에 우리 보수가 다시 살아나는 그런 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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