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역풍 부른 대전 학부모 입장문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9.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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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사에게 아이 안아주고 사과해달라 했을 뿐”
“괴롭힘 없었다” 주장에 누리꾼들 질타 쏟아져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9일 오후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와 관련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 한 가게 앞에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악성 민원의 주동자로 낙인 찍혀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지난 11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상에 퍼진 루머들이 진정성이 아닌 악성 루머들로 비화됐다"며 악성 민원 제기 가해자로 지목된 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A씨는 "2019년 1학기 초부터 아이의 행동이 이상했다"며 "2학기가 끝나갈 무렵 틱장애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니 아이가 교장실에 갔더라"며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교사가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무섭고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어도 선생님은 손을 내리라 하셨고, 교장실로 보냈다"며 "제가 요청해 교장, 교감, 고인이 되신 선생님까지 다 같이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는 훈육의 담당자이신 선생님이 정한 벌이 아닌 아이들이 정한 벌을 받아야 했다"고 억울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숨진 교사에게 '인민재판식 처벌 방식'을 지양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아이를 일찍 등교시킬 테니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면담에 앞서 선생님께 아이 잘못을 인정했고, 아이에게도 선생님께 사과하라고 지도했는데, 선생님은 면담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나는 내내 병가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선생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했다"며 "학폭위를 열어 선생님 담임 배제와 아이와 다른 층 배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요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학폭위는 마무리됐고, A씨는 숨진 교사가 지난해 아들의 옆 교실에 배정되자 대전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 외 개인적인 연락이나 면담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건은 경찰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4인방 주동자로 지목됐는데, 김밥 집과는 같은 학급의 학부모 관계일 뿐"이라며 "같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나머지 2인은 누구인지 모를 뿐더러 주동자로 몰아세워진 상태"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어 "저희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난한 손가락질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향후에 고인이 되신 선생님과 관련한 민, 형사상의 문제가 있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뺨을 맞았다는 거야? 때렸다는 거야?", "주먹으로 배 때리면? 주먹이 배에 맞았다 그러겠네요 저 사람. 발 밟고서 왜 발을 거기다 뒀냐고 성질내는 꼴", "틱장에 원인을 학교에서만 찾고 있네?", "본인만 이게 갑질인지 모른다"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해당 교사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지난 7일 세상을 떠났다.

이후 교사노조·동료 교사·학부모들 사이에서 이 교사가 지난 4년간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을 향한 날 선 반응과 개인정보 노출이 지속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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