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소아과에 엄마들은 ‘오픈런’…해결책은?
  • 이동혁 인턴기자 (dhl4001@gmail.com)
  • 승인 2023.09.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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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아청소년과 지원 전공의 ‘단 4명’…인력난 가중
의학계 “필수의료 강화 위해 ‘종합적 지원 대책’ 마련돼야”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동네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의료 체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소아과에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줄고, 있던 의사들은 성인 진료로 진로를 바꾸면서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소청과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소청과 붕괴를 막기 위해 ‘공공수가 인상’과 ‘전담전문의 진료체계 확보’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숫자로 드러난 소청과 붕괴 현상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부담으로 필수의료 내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소청과를 필두로 필수의료 확충 방안 마련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지난 3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출산 흐름, 낮은 진료비, 수입 감소’를 이유로 ‘폐과’를 선언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소청과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됐고 이 또한 동남아 국가의 10분의 1수준”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실제 우리나라 의료수가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볼 때 48 정도로, OECD 국가 평균(72)에도 훨씬 못 미친다. 1977년 의료보험 제도 도입 당시 ‘저수가·저급여’ 원칙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낮은 수가에 따라 현재 소청과 붕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5월 서울연구원이 공개한 ‘2022년 서울시 개인병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가장 많이 줄어든 진료과목은 소청과로 드러났다. 2017년 521개에 달하던 소청과 개인병원은 2022년 456개로 12.5%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신건강의학과가 76.8%, 마취통증의학과가 41.2%, 흉부외과가 37.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의대 내부에서도 소청과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기피 현상은 뚜렷하다. 최근 2023년도 하반기 과목별 전공의 모집이 완료된 가운데, 소청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143명 모집에 단 4명(2.8%)에 불과했다. 신규 지원자 감소로 소청과 내 전체 전공의 수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01%를 기록했던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 들어 16.3%로 급감했다. 소청과 전공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의료기관의 정상적 운영과 유지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보상수가 늘리고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 확보해야”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정부가 내놓은 보상수가는 지원요구액의 10% 수준”이라며 기본입원수가 인상, 전공의 수련지원금 지원으로 보상액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전담전문의 진료체계 확보 방안도 논의됐다. 김 이사장은 “전문의 진료체계를 확보해 전담전문의가 중환, 응급, 고난이도 수술을 전담하고 전공의는 질 높은 수련에만 집중한다면 소청과 진료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중증 소아환자를 위한 대책 마련도 강구됐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은 “현재 국내에서 소아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10개 내외”라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소아흉부외과를 갖춘 병원이 거의 없고 지역으로 갈수록 그 차이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미 10년 전부터 소아과가 위기라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됐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면서 “수가 문제 해결을 비롯한 정부 대책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선 의대 정원을 확대해 예비의사 인력풀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의료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 의사 수가 늘어나면 되레 의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필수의료 인력에 수요가 많으니 그에 맞춰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접근은 위험하다”면서 “한정적인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호소에 정부는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다. 임혜성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최근 수가 체계 마련을 위해 연구 용역과 시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 3개월 동안 심평원에서 만든 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더욱 고체화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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