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쿠데타” 거칠어지는 김기현의 입…용산과 템포 맞추기?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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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이재명에 ‘日오염수’ 비판 자우림 김윤아까지 反尹인사 직격
尹의 ‘對野 기조’ 반영?…“총선 주도권 포석” “당대표 무게감 떨어져”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공개 석상에서 ‘쿠데타’, ‘사형’, ‘1급 살인죄’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반윤(反尹) 인사들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다. 당 대표 취임 초기 여야 협치와 연포탕(연대·포용·탕평) 등을 내세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가 대통령실과 메시지 ‘주파수’를 맞추며 총선 지휘권을 쥐려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만배 인터뷰는 “1급 살인죄”…김윤아엔 “개념 없어”

김 대표는 최근 허위라는 의혹을 받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두고, 연일 ‘사형에 처할 반국가범죄’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공작은 ‘쿠데타’ 기도로, 사형에 처할 반국가범죄”라고 직격했다. 그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친데 이어, “(공작뉴스 등) ‘1급 살인죄’는 과실치사죄와 천양지차로 구분되는 악질 범죄로서, 극형에 처해지는 범죄”라고도 비판했다.

김 대표의 발언 타깃은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고 상대 진영 전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그는 12일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밴드 ‘자우림’ 멤버인 김윤아씨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지옥’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문화계 이권을 독점한 소수 특권 세력이 특정 정치·사회 세력과 결탁해 문화예술계를 선동의 전위대로 사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도 최근 김 대표의 발언 수위를 적극 엄호하는 모습이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언급한 표현들의 수위에 대해 “그것까지 제가 논평할 일은 아니니까, 이제 그만하라”며 민감한 반응도 보였다. 또 ‘1급 살인’과 ‘과실치사’를 비교한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선거 과정, 대선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선 직전에 공개함으로써, 대통령을 바꿔치기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발언이 정당함을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협사무국장 연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협사무국장 연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신임 계속…매운 리더십으로 차기 정국·총선 주도”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윤 대통령과 ‘메시지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소통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국무위원들도 (야권을 비롯한 반대 세력에) 싸워야 한다”고 촉구한 만큼, 김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도 충분히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대야(對野) 기조’는 김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김 대표는 현재 열흘 넘게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선 “단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히려 이 대표가 만남을 거부한다”며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반면 여권 인사들에 대해선 거리를 막론하고 두루 만나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구로 발걸음을 옮길 예정이다.

김 대표가 대야 공세를 강화하는 의도는 결국 지지층을 결집시켜, 차기 정국은 물론 총선 주도권까지 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지도부 리스크 등으로 곤혹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중징계를 종용하는 등 매운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안정 궤도로 안착시켰다”며 “이번 기회에 야권을 상대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쥐려는 각오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총선 정국에서 견제할 인물이 많은 만큼, 김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발언 수위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도 김 대표의 발언 수위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대표 메시지가 감정적일수록 무게감이 떨어지고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대표께서 조금 더 (발언을) 절제하셨으면 좋겠다”며 “선거농단은 국기문란은 맞다. 그렇더라도 절제된 단어를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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