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빚, 25년 후 6000조”…암울한 전망에 청년 한숨 커졌다
  • 강윤서 인턴기자 (codanys@naver.com)
  • 승인 2023.09.1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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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교수, 국회 토론회서 미적립 부채 현황 및 전망 발표
안철수 “개혁 위해선 사실 확인 필수…정부 숨기지 말아야”
청년들 “청년세대 부담 커져” 우려 속 조속한 개혁 추진 요구
9월9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9월9일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2023년 1825조원, 2050년 6105조원, 2090년 4경4385조원’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국민연금 ‘빚’ 규모가 올해 기준 182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목표로 한 개혁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이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청년층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영준 한양대 교수는 13일 국회 연금개혁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미적립 부채’가 1800조원대에서 약 25년 후 6000조원대를 넘어서고 70년 가량 후에는 4경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규모에 치달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전 교수가 추산한 미적립 부채(암묵적 부채)는 연금 충당부채에서 적립 기금을 뺀 것으로, 당장 갚아야 할 부채는 아니지만 결국 미래 세대가 보험료나 세금 등으로 충당해야 하는 빚에 해당한다. 

만일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총생산(GDP)를 뛰어넘는 암묵적 부채가 한국 경제와 국민 생활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전 교수는 “제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암묵적 부채는 2030년 GDP의 80.1%, 2050년 109.1%, 2090년엔 300%로 증가할 것”이라며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도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안 의원은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수지만 정부는 오히려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정부가 암묵적 부채 관련 정보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에 따른 개선점 도출 및 조속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9월1일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9월1일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상향과 수급개시 연령 조정 등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 ‘연금보험료율 12%로 상향’, ‘연금 급여 임금대체율 50%로 상향’, ‘연금 수급개시 연령 67세로 상향’, ‘기금수익률 0.5%포인트(P) 상향’ 등을 제안했다. 다만, 전 교수는 제도 개편을 하더라도 국민연금 재정 고갈과 암묵적 부채 잔존 가능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노후 소득 보장성 강화에 대한 대응책을 제안하면서 “보험료 인상의 마지노선은 18%, 시작은 15%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개인이) 납입한 보험료에 매년 5% 정도의 수익률이 붙을 때, 소득대체율 40%면 보험료는 18% 정도가 균형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과 유사한 체계를 지닌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소득대체율 대비 보험료가 가장 낮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입기간이 약 18년으로 매우 짧고 (유럽 8개국 평균 36.1년), 소득 및 성별 격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연령 상한 연금수급개시 직전연령까지 상향 ▲군 복무 전 기간에 대해 연금 가입 인정(현행 6개월) ▲출산 크레딧 확대 등을 제시했다.

공적연금과 복지 제도를 바라보는 세대별 인식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경우 연령이 낮을수록 정부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임금, 고용불안, 무주택, 빈약한 자산 등으로 특징되는 한국의 청년세대는 일종의 고위험집단임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위한 증세에는 부정적이며,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대표단은 국민연금 제도를 둘러싼 우려를 전달했다. 

김설 청년유니온위원장은 “연금만큼 시민들의 신뢰도가 중요한 제도에 대해 과연 정부가 설득력 있게 논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1차와 2차 연금특위까지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집행할 의지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꼬집었다.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김민경씨는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이 필수”라며 구조적 개혁을 위한 논의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은퇴하기 전까지 개혁이 진행되지 않으면 청년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은 더욱 증가한다”며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개혁안을 내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정부마저도 단일안을 못 내고 8개 정도 안을 내놓고 국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엔 반드시 결론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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