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에 ‘민간 경호원’ 투입?…“효과 제한적” vs “1명이라도”
  • 정윤성 인턴기자 (jys7015@naver.com)
  • 승인 2023.09.16 09: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당역 1주기…서울시 ‘7일 간 민간 경호원 투입’ 실효성 놓고 갑론을박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9월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9월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 연합뉴스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스토킹 범죄 위험성과 이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히 사회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스토킹 범죄 근절을 위해 정책 보완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관련 범죄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22년 스토킹 범죄 신고건수는 2만9565건으로 직전 연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스토킹 범죄 신고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신고 건수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까지 접수된 신고만 1만8973건에 달해 이 추세라면 3만 건을 돌파할 전망이다.

스토킹 범죄자 검거 건수도 동반 상승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7545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5%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4942명(65.5%)가 입건됐고 나머지는 불송치(33.0%) 또는 수사중지(1.5%) 처분을 받았다.

범죄가 늘어날수록 ‘피해자 보호’에는 구멍이 뚫린다. 스토킹 범죄 예방 첫 단계인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위반율은 각각 11%와 8%에 달했다. 

긴급응급조치는 경찰 직권으로 피해자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 및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조치다. 잠정조치는 법원 결정에 따른 보다 강력한 제재로, 4호 처분을 받을 시 구금도 가능하다. 지난 7월 인천시 한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도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에 접근해 잔혹 범행을 저질렀다.

경호원과 서울시 공무원이 9월13일 오후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고위험 민간경호 서비스 현장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당역 스토킹 사건 1주년을 계기로 피해자 일상 회복과 지원을 위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출범했다. 시는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은폐가 어려운 고위험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에게 2인1조 민간경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 연합뉴스
경호원과 서울시 공무원이 9월13일 오후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고위험 민간경호 서비스 현장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당역 스토킹 사건 1주년을 계기로 피해자 일상 회복과 지원을 위한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지원 사업단'을 출범했다. 시는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은폐가 어려운 고위험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에게 2인1조 민간경호 서비스를 지원한다. ⓒ 연합뉴스

“인프라 구축 먼저” “민간·공권력 협력, 궁극적 지향점”

줄지 않는 스토킹 범죄에 정부와 지자체들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스토킹 피해자 원스톱 지원’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전 지원 3종’(▲보호시설 ▲민간경호 서비스 ▲이주비 지원)과 ‘일상회복 지원 3종’(▲법률 ▲심리 ▲의료)를 통해 1대1 맞춤 보호를 제공해 피해자 보호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자체의 도입 취지와 달리 ‘민간경호 서비스’와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해당 정책이 현실화하면 민간 경호원이 고위험군 피해자와 밀착 동행한다. 때문에 경찰 인력만으로 대응해야 했던 때와 비교해 위협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지침에 따르면, 민간 경호 업체를 통해 1일 10시간씩 총 7일 간 스토킹범죄 고위험 피해자에 대한 2인1조의 경호 지원을 시행한다. 수개월, 수년 동안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보호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이재민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선 대대적인 입법과 구조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일본처럼 민간 경호 업체와 경찰이 원활히 협력되는 인프라와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민·관·공 공조를 필두로 경비 업체의 여건과 전문성 향상 등 복합적 노력이 이뤄지기 전엔 효과를 보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민간 경호원 투입을 위해선 경찰과 피해자 인적사항 등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대응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 구축이 필수인데 이를 위한 정책 조율과 법적 제도 보완 등이 되지 않으면 취지와 달리 정책이 헛돌 수 있다는 의미다. 설익은 제도를 시행했다 예산 낭비는 물론 피해자를 또 한 번 혼란과 공포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호 대상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불명확한 기준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형평성이 관건일 것”이라며 “누가 가장 보호가 필요한 지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스토킹 범죄 적극 대응을 위해 경찰력을 보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도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민간 경비와 공권력의 협동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미국 등은 민간 경비가 사회 안전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매우 크다”며 “서울시의 결정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책이자 지원을 늘려야 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9월21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br>
2022년 9월21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민간 경호원 투입 등이 근본적인 범죄 예방과는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은 “스토킹 범죄에선 초기 개입과 분리 조치가 핵심인데, 해당 사업은 본질을 호도하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일주일 간 민간 경호원을 투입하는 것이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는 실질적 방안이 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가해자 처벌과 분리 위주의 대책이 먼저 마련되지 않으면 피해자의 공포를 덜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과 담당자는 민간 경호원 투입을 바라보는 우려에 대해 “수개월 간 교수, 경찰 등 전문가들과 연구한 결과 가해자가 피해자를 집중적으로 쫓는 ‘골든타임’을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기본적인 기간(7일)은 ‘적시 지원’을 위해 책정한 것이고 위기 상황이나 피해자 요구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서울시 측은 “서울경찰청과 협력으로 가해자와 격리가 어려운 보호자 우선 판단 등 전문적인 기준을 따를 계획”이라며 “한 명의 피해자라도 제대로 된 삶을 살게하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