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 내세운 산은·수은, 되레 석탄화력발전 지원 늘어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9.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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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 여신 비중, 산은 0.6%·수은 3.0%까지 증가
국내 최초 녹색채권 발행한 수은…“친환경·ESG 경영과 배치”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 시사저널 최준필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 본사 ©시사저널 최준필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녹색금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동시에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의 여신 지원액 중 석탄화력발전 지원 금액은 해마다 증가해 왔다.

산은의 지난해 말 기준 석탄화력발전 사업 여신 잔액은 1조461억원으로 1년 전(1조2215억원) 대비 15.1% 늘었다. 해당 여신 잔액은 2019년 말 7763억원에서 2020년 말 1조770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 말 1조2215억원, 지난해 말에 1조4061억원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전체 여신에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비중은 2019년 말 0.4%, 2020년 말 0.5%, 2021년 말 0.5%, 2022년 말 0.6% 등으로 상승했다.

특히 산은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여신액은 증가세다. 대표적 사업으로 인도네시아 '칼젤'과 '자바 9&10'을 포함한 두 개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가 지목된다. '칼젤' 사업의 경우, 2016년 11월 약정을 체결해 현재 건설이 끝나 발전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산은이 빌려준 금액은 1억7700만 달러(한화 약 2335억8700만원) 수준이다. 자바 9&10 사업은 2020년 7월 협정을 체결한 후로 아직 건설 단계에 있다. 2억3300만 달러 수준인 대출 잔액은 공사가 진행될수록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산정책처 측은 "이러한 산은의 석탄화력발전 지원 증가는 산은 ESG 경영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자바 9&10 사업은 산은이 녹색채권 지원 방침을 발표하고, 녹색채권 관련 표준 관리체계가 수립된 2020년 3월 이후에 약정을 체결, ESG 경영 취지와 부합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채권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비롯한 친환경 프로젝트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은 그동안 녹색채권을 비롯한 ESG 채권 시장 활성화를 공표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전통 화력발전 지원을 확대해 온 것이다.

수은 역시 석탄화력발전 사업 관련 여신 잔액이 2018년 말 기준 2조5178억원에서 2019년 말 2조1133억원으로 줄었으나, 2020년 말 2조4538억원, 2021년 말 3조1204억원, 2022년 말 3조7255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올해 7월 말 기준 3조7827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여신 대비 비중은 2018년 말 2.4%에서 2019년 말 2.0%로 낮아졌다가, 2020년 말 2.4%, 2021년 말 2.9%, 2022년 말 2.9%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3.0%까지 상승했다.

수은은 현재 8개의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총 45억200만 달러, 지난 6월 말 기준 잔액은 29억71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찌레본 1을 비롯한 6개 사업은 건설이 완료됐고, 인도네시아 자바 9&10 사업, 베트남 붕앙 2 사업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한 수은은 2019년 4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친환경기업 금융지원 및 기업 환경 경영 확산 업무협약'을 맺는 등 그간 친환경 경영 추진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해왔다. 2021년에는 ESG 경영 로드맵을 발표하며 ESG 금융프로그램을 신설하기도 했다. 산은과 마찬가지로 '친환경 경영'과는 요원한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위한 지원액은 최근 4년간 확대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친환경 경영 추진과 동시에 해외 석탄화력발전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적절성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수은의 ESG 경영과 배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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