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30만 대 보급하겠다”면서 수소 생산율은 40%도 못 미쳐
  • 강윤서 인턴기자 (codanys@naver.com)
  • 승인 2023.09.20 09: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준공 수소생산기지 3곳 모두 생산율 저조
주원료 가격 급등으로 생산 수소 내다 팔수록 적자
수요 확대 절실하지만 수소버스 보급 목표량 20%도 못 채워
지난해 7월27일 경기도 평택시 수소특화단지에서 열린 ‘평택 수소생산시설 준공식’에서 공개된 생산시설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27일 경기도 평택시 수소특화단지에서 열린 ‘평택 수소생산시설 준공식’에서 공개된 생산시설 모습 ⓒ연합뉴스

수소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준공된 ‘수소생산기지’ 3곳의 수소 생산율이 모두 40%를 밑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3곳 중 1곳의 생산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소경제 인프라의 시작인 생산 단계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오면서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사저널이 2022회계연도 산업통상자원부 결산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경남 창원, 강원 삼척의 수소생산기지의 월 평균 수소생산율은 25.4%, 39.9%로 나타났다. 경기 평택 기지의 경우는 4.7%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수소생산기지는 2019년 발표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수소경제 이행의 필수과제인 수소 접근성 제고를 위해 도심지 또는 수소 수요지 인근에 소규모 수소생산기지를 구축, 수소차, 수소버스 등의 확대 보급을 꾀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남 창원(2022년 1월), 경기 평택(2022년 8월), 강원 삼척(2022년 11월)에 수소생산기지를 완공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약 150억원이었다.

이들 기지는 생산을 개시한 지 1년 안팎이 지났지만 수소 생산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각 기지의 월평균 수소생산가능 규모와 실제 수소생산량을 비교하면 창원기지는 월 평균 30톤 규모의 수소생산이 가능하지만 실제 7.7톤에 그쳤다. 월 평균 40톤 생산이 가능한 삼척 기지의 경우 실제로는 15.7톤의 수소를 생산했다. 3곳의 기지 가운데 가장 큰 생산 규모(월 평균 216톤)를 자랑하는 평택 기지는 수소 10.2톤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평택 기지는 생산설비의 잦은 부품 수리로 가동이 중단돼 석 달 간 생산량이 전무하기도 했다.

수소 생산량이 예상보다 저조한 이유는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 생산기지에선 천연가스에 고온의 수증기를 접촉시킨 뒤 물에 함유된 수소를 대량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천연가스 공급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소 생산단가도 오른 것이 생산량 저하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밝혔다. 원료 가격의 상승으로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생산을 늘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2년 1월 기준 MJ(메가줄)당 16.96원이었던 천연가스 가격은 그해 12월 24.84원까지 올랐다. 약 1년 만에 46%가 오른 것이다. 이에 산업부는 “현재 원료가격이 다시 안정화돼 2022년 이전 수준인 15.73원/MJ까지 떨어졌다”며 “수소생산기지의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수소 생산단가가 오르면서 생산기지, 유통사, 충전소의 생산·유통·판매(충전) 가격 차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창원 기지의 ㎏당 생산단가는 9519원인 반면 판매단가(수소버스 충전 시 지불하는 공급단가)는 6970원이었다. 수소를 팔수록 ㎏당 2500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셈이다. 삼척 기지는 생산단가 8130원에 판매단가는 6600원으로 ㎏당 1530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평택 기지는 생산단가 6660원에 판매단가 6700원으로 기록하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수소를 팔아서는 이윤을 낼 수 없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선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충전소가 모두 있는 창원과 삼척 기지는 지자체로부터 생산기지 운영 보조금을 각각 연간 16억원과 5억원씩 받고 있다.

지난 6월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 선도도시 서울’ 업무협약 및 시승식에서 추형욱 SK E&S 사장(왼쪽부터), 한화진 환경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사장이 시승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 선도도시 서울’ 업무협약 및 시승식에서 추형욱 SK E&S 사장(왼쪽부터), 한화진 환경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사장이 시승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요 늘어야 수익성 개선…속도 못 내는 수소버스 보급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수요가 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산업부 역시 수소차나 수소버스 등이 크게 늘어나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수소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산단가가 낮아지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소 차량 보급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수소버스 보급 목표는 700대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준 133대만 출고됐다. 올해 목표량의 20%도 채우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목표치 달성은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수소버스를 대량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수소버스 등 수소차 30만 대 보급 달성을 위해 수소차 보급, 수소 생산·공급·충전 기반시설(인프라)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소버스 운영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보조금을 통해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기존 압축천연가스(CNG)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하거나 신규 수소버스를 등록할 경우 시외·고속버스 회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경제 활성화는 단순 수익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수소차 보급·운행, 정부·기업의 투자 확대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같이 움직여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