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큰 별’ 졌다...‘봉준호의 페르소나’ 변희봉 별세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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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각계에서 활약한 원로 배우…췌장암 투병 끝 세상 떠나
한국 영화계의 ‘빛나는 조연’…《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등서 명연기
《괴물》 《옥자》 등 작품을 통해 명연기를 펼친 원로 배우 변희봉이 췌장암 투병 끝에 18일 별세했다. ⓒ쇼박스 제공
《괴물》 《옥자》 등 작품을 통해 명연기를 펼친 원로 배우 변희봉이 췌장암 투병 끝에 18일 별세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계의 큰 별이 졌다. 원로 배우 변희봉이 췌장암 투병 끝에 18일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변희봉은 완치 판정을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한 끝에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관통하며 빛나는 조연으로 활약한 배우다. 1965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한 뒤 드라마 《전원일기》, 《조선왕조 오백년》, 《한중록》, 《여명의 눈동자》, 《걸어서 하늘까지》, 《왕과 비》 등 다수의 인기 작품에서 열연했다. 특히 MBC 《허준》에서 창녕 성대감 역할을 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에도 《온달왕자들》, 《1%의 어떤 것》, 《마이걸》, 《하얀 거탑》, 《솔약국집 아들들》, 《불어라 미풍아》 등의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영화배우로서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를 시작으로, 봉 감독의 영화 4편에 출연한 ‘봉준호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당시 변희봉은 《플란다스의 개》 출연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으나, 봉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은 영화에서 그의 이름을 배역 이름으로 그대로 사용할 정도로 변희봉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변희봉은 역시 봉 감독의 영화 4편에 출연한 송강호와도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에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진한 부성애를 선보인 《괴물》로는 2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과 51회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시 그가 《괴물》에서 선보인 연기는 “변희봉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2017년 변희봉은 《옥자》를 통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연합뉴스
2017년 변희봉은 《옥자》를 통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연합뉴스

2017년 변희봉은 《옥자》를 통해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해외까지 알렸다. 당시 변희봉은 칸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70도로 기운 고목 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 저문 배우인데, 칸 영화제를 계기로 무언가 다시 열리는 게 아닌가 싶은 희망이 생겼다”고 열정을 드러냈고, “앞으로 내게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죽는 날까지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봉 감독은 변희봉을 《기생충》(2019)에도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변희봉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출연이 무산됐다.

변희봉은 봉 감독의 영화 외에도 《화산고》, 《선생 김봉두》, 《국화꽃 향기》, 《시실리 2km》, 《공공의 적2》 등 많은 영화에 등장해 열연했다. 2020년에는 각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중문화 분야 최고 권위의 포상인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나 같이 조연을 많이 한 사람도 세월이 가면 이런 큰 훈장을 받을 수 있겠다 싶더라”며 “대중문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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