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과 ‘분열’ 사이, ‘체포안 딜레마’ 빠진 野 비명계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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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단식’으로 부결 목소리 커져…非明도 바뀐 기류에 ‘부담’
부결 시 방탄, 가결 시 내분?…“尹정부·여당 전략에 말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최근 이 대표의 단식 정국 이후 친명(친이재명)계가 ‘부결론’을 들고 나오면서다. 당의 ‘방탄’ 꼬리표를 떼기 위해 가결을 택해야 한다는 게 비명계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정부 여당의 ‘민주당 흔들기’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당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 대표 체포안이 가결될 시 내홍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쓰러진 이재명에 영장 청구한 檢, 체포안 부결로 대응”

법무부는 19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최종 제출했다. 앞서 검찰이 지난 18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오는 20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1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 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진다. 다만 부결될 경우 법원은 심문 없이 영장을 기각한다. 때문에 표결 결과는 전체 국회 의석(297석) 과반인 167석을 차지하는 민주당 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도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당초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였다. 앞서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인 자격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언한 후, 당내 의원들도 조건 없는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 의원총회에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기류는 이 대표의 단식이 진행되면서 급변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제1야당 대표가 쓰러졌는데 검찰이 눈도 깜짝 안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냐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통해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박주민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내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체포동의안이 오면 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도 ‘체포동의안 부결’에 뜻을 모으는 모양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당하고 명분 없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부당한 수사, 부당한 영장에 맞서 결연하게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의 입장이야 확실하다. 이것에 대해 의원들도 생각이 같지 않겠냐”며 부결에 힘을 보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월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非明 의원들은 ‘親明+개딸’ 입김에 진퇴양난

이런 상황에서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이재명 방탄’ 꼬리표가 계속 이어지는 셈이고, 가결시켜도 당이 내분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없어서다. 경기도 지역구의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당이 ‘이 대표 방탄’ 이미지를 벗을 방법은 이번 표결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커진 상태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당내 계파분열도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이 대표 강성지지층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도 비명계 의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문자로 체포동의안 표결 의사를 묻고 ‘부결’이라고 답한 의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분위기다. 이 의원도 “일부 지지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각오하라’고 협박성 메시지까지 보내고 있어 섣불리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가결 시 당원 반발도 엄청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친명계와 각을 세우던 비명계지만, 단식 정국에서 보인 정부 여당의 태도에 실망해 ‘부결’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기국회 전에 영장이 청구됐으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현 정권에서 민주당을 흔들기 위해 구속영장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늦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비명계 의원은 “민주당이 현 정권의 전략에 말린 것”이라며 “결국 양당 모두 ‘정치 셈법’에만 집중하고 민생을 등한시하면서 국민들만 손해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대표가 직접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해야 당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시사저널에 “이 대표도 검찰 조사 당시 검찰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고 본인도 떳떳하다는 입장 아니냐”라며 “이번 주 본회의 표결까지 이 대표의 가결 요청이 나올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만약 이 대표 본인이 직접 당에 (가결을) 요청하면 당 분열도 막고 국민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일각에선 체포동의안이 근소한 차로 가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비명계 재선의원은 전날(18일) 시사저널과 만나 “이 대표의 단식으로 동정여론이 많아져서 확실치는 않다”면서도 “당내 지표나 분위기를 미뤄보면 이번엔 가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월27일 진행된 이 대표의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부결을 추진했지만, 이탈표가 최소 31~38표 발생해 찬성표(139명)가 반대표(138명)보다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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