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옥적 허용’ 한계일까…《7인의 탈출》이 만든 뜨거운 논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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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출산 등 자극적 장면에 시청자 민원…1~2화 시청률 6%대 그쳐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 등 전작에 대한 법정제재도 주목
SBS 드라마 《7인의 탈출》 ⓒSBS 제공
SBS 드라마 《7인의 탈출》 ⓒSBS 제공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방송 첫 주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복수의 항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드라마의 자극적인 장면들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7인의 탈출》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펜트하우스》 등으로 유명세를 탄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다. 여기에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함께 연출했던 주동민 감독이 합류했다. 그동안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등을 다룬 ‘막장 드라마’의 계보를 써온 김 작가의 작품인 데다, ‘악인들의 복수극’을 대대적으로 예고한 만큼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방영 전부터 나온 바 있다.

예상은 했지만 ‘선을 넘은 요소’들은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는 2회 만에 TV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오르는 등 초반 이슈몰이를 했지만, 뜨거운 화제성만큼이나 논란도 뜨거웠다. 방심위 민원에 이어 시청자 게시판에도 드라마 방영 중지를 요청하거나 재방송과 영상 클립 제작 등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 작가의 드라마는 특유의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개연성을 배척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7인의 탈출》에서는 이전 작품들에서 지적을 받았던 자극적인 전개와 폭력성이 더 극대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드라마 초반 ‘악인들의 이야기’로 본격 진입하기 위해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 만한 모든 요소들이 총망라됐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가중됐다. 친딸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 가정폭력 장면이나, 미성년자가 교복을 입고 학교에서 출산하는 장면, 인분 고문 장면, 원조 교제 설정 등이 논란이 됐다.

출산 다음 날 오디션에 참가하는 한모네, 갑작스레 나타난 손녀에게 혈육의 정을 느끼는 방칠성 등 개연성 없는 캐릭터 서사도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주인공이 눈 밑에 점 하나만 찍고 돌아와도 모두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조차 ‘순옥적 허용(김순옥 작가의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전개라는 뜻)’이라며 이해를 해오던 시청자들도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자극적인 장면의 나열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SBS 드라마 《7인의 탈출》 스틸 컷 ⓒSBS 제공
SBS 드라마 《7인의 탈출》 스틸 컷 ⓒSBS 제공

방심위 “《펜트하우스》, 청소년 모방범죄 위험에 노출”

전작인 SBS 《펜트하우스》 역시 방송 2회 만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아파트 추락사, 불륜, 집단 괴롭힘, 폭력 등의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되면서, 당시 방심위에는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심의해달라는 시청자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중학생들이 신분을 속인 과외교사를 수영장에 빠뜨리고 뺨을 때리거나, 폐차에 가두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휴대 전화로 촬영하는 모습 등이 문제가 됐다. 방심위는 이 같은 내용을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하고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한 방송사의 행위를 ‘지나친 상업주의’라 판단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최종 의결하고 시청등급 조정을 요구했다.

당시 방심위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폭력 장면을 빈번하게 연출해 청소년 시청자들을 모방범죄 위험에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방송 내용을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 그대로 재방송하고, 방송사 내부 자체 심의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등 심의 규정 위반의 정도가 커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를 현실과 엮어 다루는 지점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초고층 아파트가 무너지는 장면과 이후 주민들의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광주 학동 붕괴 사고와 포항 지진 피해 화면을 사용한 것이다. 당시 제작진은 사과한 뒤 해당 장면을 재방송과 VOD에서 삭제했다. 《펜트하우스》 시즌1~3을 통틀어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은 800건이 넘는다.

《펜트하우스3》 포스터 ⓒSBS 제공
《펜트하우스3》 포스터 ⓒSBS 제공

논란에도 높은 시청률…‘막장’일수록 화려한 성적?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2018~2019년 방영한 SBS 《황후의 품격》은 임산부 성폭행이나 시멘트 생매장 등의 자극적인 묘사로 방심위로부터 4차례의 법정제재를 받기도 했다. MBC 《내 딸, 금사월》(2015) 역시 전남편과의 재결합을 위해 자녀들 앞에서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내용,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폄하하거나 며느리의 혼외 자식을 바꿔치기하는 내용 등이 문제가 됐다.

《내 딸, 금사월》은 비윤리적인 내용과 극단적인 캐릭터의 비정상적인 악행을 이유로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주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자극적인 전개를 이어간 탓에 종영을 한 달 여 앞두고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조치는 이후 재심을 거쳐 경고 조치로 수정됐다.

작품의 허용 범위에 대해 방송가가 침묵하는 것이 시청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극적인 작품의 전개 요소는 항상 논란을 불러오지만, 문제가 됐던 드라마들은 10~30%의 화려한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MBC 《내 딸, 금사월》은 34.9%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동민 PD와 김 작가가 호흡을 맞춘 첫 번째 작품인 《황후의 품격》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17.9%의 최고 시청률을 보였다.

특히 OTT 플랫폼의 부흥 이후 지상파 시청률이 10%대에 안착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19.5~28.8%의 시청률을 기록한 《펜트하우스》의 흥행 성적은, 막장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순옥 월드’에 추가된 새로운 작품의 성적은 ‘흥행의 욕망’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7인의 탈출》 시청률은 1회 6.0%에서 시작해 2회 6.1%를 기록했다. 방심위는 이번에 접수된 민원을 검토해 심의 안건으로 산정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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