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상화’ 외치면서 ‘언론 소통’은 줄이는 尹정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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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은 국방부 브리핑 축소 논란…김행은 도어스테핑 중단
“리스크 줄이려는 꼼수” vs “정론 환경 갖춰져야 소통 가능”

윤석열 정부가 ‘언론 정상화’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언론 접촉’은 줄이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10개월째 중단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최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각종 의혹 보도에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여기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국방부 언론브리핑 횟수를 줄이려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야권이 언론 통제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정론(正論) 환경이 갖춰져야 언론 소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도어스테핑 중단 10개월째…소극적 언론 접촉

20일 CBS의 보도에 따르면, 신원식 후보자는 최근 국방부 언론브리핑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브리핑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방부는 현재 월요일과 화요일, 목요일 오전 정례 공개 브리핑에 이어 금요일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 주 4회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외교안보 부처와 비교(매주 평균 4회)했을 때 차이가 없는 셈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최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비롯한 국방부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브리핑을 축소하면 안 된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신 장관 후보자 측은 “해당 내용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국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히려 언론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행 후보자도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관계와 지분 시누이 매각 등 논란이 쏟아지자,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이날부터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장관직 지명 후 처음 기자들과 만났던 15일 언론에 우호적인 장관이 되겠다고 선언한 행보와 대조적이다. 김 후보자는 19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언론계 선배로서 후배님들께 말씀 드리겠다”라며 “여가부 장관 후보로서 가짜뉴스를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과거부터 논란이 커지면 언론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실제 윤 대통령도 취임 직후 매일 도어스테핑을 하는 참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으나 불과 반년 만에 중단한 바 있다. 마지막 도어스테핑 당시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을 대통령에 대한 ‘무례’로 간주해 소통 창구를 닫아버린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신년 인터뷰)와 일부 외신들과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소극적인 언론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정부 국정운영 자신감 떨어져 보여” 지적도

야권에선 이 같은 소극적 언론 접촉이 윤석열 정부의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언론 노출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본인들은 언론으로 나오는 것을 자제하면서, 자기들을 욕한 언론이랑 가짜뉴스들은 모조리 잡아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 상태로 총선까지 본인들 유리하게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도 ‘반정부세력과 투사처럼 싸우라’고 요구한 만큼, 언론을 통한 간접 소통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대야(對野) 전면전에 나섰다는 전망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념 전쟁의 핵심은 중도를 끌어들이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내 지지층 결속이 먼저다. 언론 소통은 우선순위가 아니가 된다”며 “본인들이 결국 언론 역할까지 하며 소통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정부의 모습들을 보면 국정에 대한 자신감이 결핍돼 보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점으로 기자들과 매일 만나려 했지만, 제대로 된 준비나 전문성 없이 홍수처럼 말을 쏟아내 국민들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마찬가지로 이번 장관 후보자들도 언론과 국민들을 가볍게 봤다가 망신당했다. 자기들 리스크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측에선 정부의 언론 대응 태도가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 바로잡기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가짜뉴스 대신 정론을 보도하는 언론 환경이 갖춰져야, 정치인이나 정부 요인들도 공정한 여론이 형성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여당은 언론 소통보다는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계기로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가짜뉴스 근절 공청회에서 “2008년 ‘뇌송송 구멍탁’ 광우병 사태도,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도 과학적 데이터에 의해 괴담임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도 책임질 생각도, 사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확고한 응징을 해야 진짜 대한민국의 공정한 여론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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