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엔드게임 될 ‘강풀 유니버스’, 시간 초능력자 데려올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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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웹툰에서 시작된 ‘한국형 히어로물’의 서사
《타이밍》과 《브릿지》에 모이는 시선…《히든》을 기다리는 이유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오리지널 《무빙》이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 지평을 연 《무빙》은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부문 수상 후보에도 오르며 작품의 성공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가입자와 이용자를 크게 늘리면서 부진을 겪고 있던 디즈니+를 구원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강풀 유니버스’의 성공적인 영상화 이후, 대중의 시선은 강풀 작가의 다른 웹툰으로 향한다. 《타이밍》과 《브릿지》다.

강풀 작가가 2005년 카카오웹툰(당시 다음웹툰)에 연재한 첫 번째 초능력자 시리즈 《타이밍》
강풀 작가가 2005년 카카오웹툰(당시 다음웹툰)에 연재한 첫 번째 초능력자 시리즈 《타이밍》 ⓒ카카오웹툰 제공

첫 번째 초능력 시리즈 《타이밍》… 《브릿지》로 세계관 통합

《무빙》은 스타 웹툰 작가인 강풀 작가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500억 대작’인 데다, 무려 20화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초반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여기에 남북 관계라는 한국의 특수성, 능력의 유전성, 가족주의적 요소를 더해 다른 히어로물과는 다른 《무빙》만의 서사를 구축했다.

《무빙》에서 등장한 이들은 ‘신체적 초능력자’다. 하늘을 날거나, 회복 능력이 있거나, 뛰어난 시·청각 능력을 가졌거나, 괴력을 가졌다. 신체 초능력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서사의 막바지인 16화에 등장한 학생의 존재는 주목을 받았다. 손가락을 튕겨 시간을 멈추는 김영탁. 그는 강풀 작가가 2005년 카카오웹툰(당시 다음웹툰)에서 연재했던 《타이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타이밍》은 ‘초능력자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시간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타임 스토퍼’ 김영탁, 10분 후의 미래를 보는 ‘예지안’ 장세윤, 시간을 10초 전으로 되돌리는 ‘타임 와인더’ 강민혁, ‘예지몽’을 꾸는 박자기 등 시간과 관련된 초능력자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시작된 초능력자 시리즈의 스토리는 《어게인》과 《무빙》을 거쳐 《브릿지》에 이른다.

《무빙》에 등장한 신체 초능력자들은 《브릿지》를 통해 《타이밍》의 시간 초능력자들과 만나 ‘히든’이라는 한 팀이 된다.  ⓒ카카오웹툰 제공
《무빙》에 등장한 신체 초능력자들은 《브릿지》를 통해 《타이밍》의 시간 초능력자들과 만나 ‘히든’이라는 한 팀이 된다. ⓒ카카오웹툰 제공

《타이밍》의 후속작 《어게인》은 시간 초능력자와 시간을 거스른 ‘어게인’의 대결을 그렸다. 《무빙》에 등장한 신체 초능력자들은 《브릿지》를 통해 시간 초능력자들과 만나 ‘히든’이라는 한 팀이 된다. 각각의 작품에 등장한 초능력자들이 동일 시간대에 모이게 되면서, 《브릿지》는 ‘강풀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통합하는 작품으로 기능한다. 이들의 서사는 2004년 연재한 《아파트》부터 녹아 있다. 이 많은 웹툰이 모두 연결돼있고, ‘협력해서 선(善)을 이루는 이야기’라는 주제는 모든 작품을 관통한다.

강풀 작가는 이들이 모인 《브릿지》에 이어 《히든》이라는 웹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10년에 걸쳐 초능력 시리즈 5편을 선보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풀 작가가 《무빙》의 각본과 각색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2019년 연재할 계획이었던 《히든》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대신 영상화된 《무빙》은 풍부해졌다. 프랭크와 전계도 등 웹툰에 없던 서사와 인물들이 등장했고, 기존 인물 간의 밀도도 깊어졌다. 드라마 《무빙》에 등장하는 악역 프랭크는 원래 강풀 작가가 웹툰 《히든》에 등장시키려고 했던 인물이다.

《무빙》은 한국 웹툰이 ‘콘텐츠 세계관’에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지난 7월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무빙》크리에이터 톡에서 강풀 작가가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빙》은 한국 웹툰이 ‘콘텐츠 세계관’에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진은 지난 7월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무빙》크리에이터 톡에서 강풀 작가가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무빙》, 한국 웹툰 ‘콘텐츠 세계관’ 경쟁력 보여줘

신분을 위장한 신혜원, 프랭크의 재등장, 빌런의 세대교체 등 《무빙》의 마지막 회가 다양한 여지를 남긴 만큼, 시즌제나 후속편에 대한 대중의 기대도 크다. 강풀 작가는 《무빙》 이후 휴식기를 가질 계획을 밝혔지만, 차기작에 대해 “《무빙》의 흥행에 달려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괴력을 가진 이재만 역을 맡았던 배우 김성균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작가님이 혹시 모르니 몸 좀 만들고 있으라고 하더라”며 기대감을 더한 바 있다.

《무빙》은 ‘강풀 유니버스’를 조명하고, 한국 웹툰이 ‘콘텐츠 세계관’에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블의 히어로들이 집결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들을 둘러싼 방대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작품을 통해 집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작점과 같은 작품”이라며 “이미 영상화가 가능한 웹툰 소스가 충분한 만큼, 다른 웹툰의 영상화도 긍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초능력자들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웹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무빙》이 공개된 8월, 원작 웹툰의 매출과 조회 수는 지난 6월에 비해 35배 급증했다. 웹툰 《타이밍》은 16배, 후속작 개념인 《브릿지》는 24배 폭증한 조회 수를 보였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등 《무빙》에 등장한 배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도 호평을 받은 만큼, 시청자들은 초능력자들의 서사를 종합한 ‘완결판’에서 열연할 배우들을 가상으로 캐스팅해보며 ‘한국형 히어로물’을 즐기는 중이다. 디즈니플러스가 장기적으로 스토리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강풀 유니버스’의 영상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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