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책위 안건 부의 요구 없어 한전 사장 선임 찬성표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9.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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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문사 “정치인 출신, 경영 능력 검증 정보 부족” 반대 권고
최혜영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
지난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주총장에 입장하는 주주들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장에 입장하는 주주들의 모습 ⓒ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한국전력공사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김동철 신규 사장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사장 임명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김동철 전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 한전 임시주총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한전 지분 6.55%를 가진 주요 주주다. 기금운용본부 주주권행사팀은 자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한전 사장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받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실무 투자 기구인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투자위원회가 행사한다. 외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의결권과 관련된 외부 주요 자문사들은 기관 투자가들에게 반대 권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이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김 전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 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사업 방향이 중요해지는 현시점에서 정치인 출신인 김 전 의원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한전 신임 사장 선임건과 같이 의결권 행사의 찬성 또는 반대를 판단하기 곤란하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주총 안건은 자체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에 맡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수책위는 2018년 7월 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의 투명성·독립성을 제고하고자 수탁자 책임의 기반이 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설립한 조직이다.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책위는 '안건 부의 요구권'이란 권한을 가지고 있어, 민간 전문위원 3명 이상의 요구로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반대, 중립 등의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지난 3월 수책위 상근 3명, 비상근 위원 6명 등 위원 9명 모두를 가입자(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로부터 추천받도록 한 기존 운영 규정을 비상근 위원 6명 중 절반은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도록 변경하기도 했다.

최혜영 의원은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전 사장에 사실상 비전문가 정치인을 선임하는 데 대해 자문사 간의 찬반이 엇갈린다면, 기금운용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수책위에 넘겨서 판단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금본부가 또다시 삼성물산 때처럼 수책위에 넘기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고 밝혔다.

사상 최대 누적 적자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한전의 최대 주주는 지난 6월말 기준 한전 전체 지분의 32.9%를 보유 중인 산업은행이다.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인 정부가 보유한 지분 18.2%과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합하면 51.1%로 과반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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