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도 檢도 뼈 아픈 ‘검사 탄핵’…끝나지 않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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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 첫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 가결…유우성씨 ‘보복 기소’ 책임
증거조작 건으로 징계 받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도 도마 위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와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출입경기록 문서. ⓒ 시사저널 구윤성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은 유우성씨와 위조된 것으로 판명난 북-중 출입경기록 문서 ⓒ 시사저널 구윤성

현직 검사가 헌정사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검사 탄핵소추안의 출발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와 검찰 모두 후폭풍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증거조작건으로 검찰 재직 시절 징계 처분된 인물을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대통령실의 결정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되는 대로 사건을 검토해 심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회는 전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보복 기소' 책임을 물어 안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80표'로 통과시켰다. 총 투표수 287표 중 반대 105표, 무효는 2표다. 탄핵안 가결로 안 차장검사의 직무는 곧바로 정지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로 관심이 집중됐던 정치권에서는 헌정사 첫 검사 탄핵소추안이 별다른 저항 없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이 줄기차게 안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10년 전 사건과 수사, 그리고 이어진 '보복 기소' 의혹 때문이다. 

김용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월19일 국회에서 검찰 탄핵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민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월19일 국회에서 검찰 탄핵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우성 '보복 기소' 의혹…대법 '공소권 남용' 인정 첫 사례

탈북민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유씨는 2013년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검찰은 항소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넘겨 받은 유씨의 북한-중국 출입경 기록을 2심 재판부에 제출, 유씨의 방북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해당 서류가 위조된 것이라고 판명했다. 문서에 찍힌 직인부터 유씨의 북-중 출입경 기록 등 상당 부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문서가 조작된 것임을 알지 못했다며 증거조작 행위 자체에 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증거조작 여진이 계속되던 때인 2014년 5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소속이던 안 차장검사는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유씨 측은 곧장 반발했다. 특히 유씨가 검사들의 증거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고소에 나선 직후여서 '보복성 기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간첩 혐의 관련 2015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유씨는 2021년 10월 검찰이 추가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입장에서 더욱 쓰라린 점은 대법원이 유씨의 보복 기소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기소유예 처분 4년이 지나 이를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며 유씨 측 손을 들어줬고, 이는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안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실도 편치 못한 상황이 됐다.  

당시 법무부는 간첩 증거조작 사건 관련 위조 증거로 수사 및 기소, 공판을 한 이시원 검사 등 총 3명을 직무태만과 품위손상 등으로 징계했다. 검찰 신뢰에 큰 타격을 안긴 증거조작건으로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던 이 검사는 그러나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

이 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 핵심 참모로 발탁되면서 야당과 시민사회계는 증거조작 관여 인물이 어떻게 공직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이 비서관의 전적을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을 향해 '제 식구 감싸기' '내로남불' 비판도 잇달았다. 

검찰 조직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다 대통령실에 입성한 이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안 차장검사도 별다른 타격 없이 승승장구했다. 안 차장검사는 지난 20일 하반기 인사(9월25일자)에서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부산지검 2차장 검사로 전보됐다. 

대검찰청 ⓒ 연합뉴스
대검찰청 ⓒ 연합뉴스

안 차장검사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때와 달리 상당한 규모의 환치기 범행 등에 가담한 사실을 추가 확인해 수사, 기소한 것으로 당시 판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검도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은 기소유예 처분된 바 있으나 이후 고발사건 수사 결과 재북 화교로 중국인인 점, 공범과 함께 거액의 부당이득을 한 점 등이 추가 확인돼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함께 기소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9년이 지난 시점에 기소 검사의 탄핵소추를 의결한 사안에 대해 '검사를 파면할 만한 중대한 헌법과 법률의 위반'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법령에서 정한 심판 절차에 따라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씨는 전날 조작 증거를 제출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면서 안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저 같은 보복 기소, 공소권 남용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경종을 울려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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