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가맹본부 갑질’ 필수품목 제도 손질…“가맹점주 고혈 짜는 관행 해소”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9.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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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가맹본부, 가맹점당 연간 3100만원 유통마진 남겨
한기정 “가맹점주 경영 환경 악화시키는 최대 원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주 피해 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가맹점주 피해 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가맹본부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 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거나 시중가보다 비싸게 판매해 가맹점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필수품목 제도'가 개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가맹사업 필수품목 거래 관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하도록 가맹점주에게 강제하는 원재료, 설비·비품 등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지정하면 안 되지만 상품·브랜드의 동질성 보호를 위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이번 대책은 필수품목의 범위와 가격 산정 방식을 사전에 계약서에 명시하고 불리하게 변경할 땐 점주들과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필수품목 유통마진(차액가맹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2021년 기준 업종별 평균 필수품목 마진 수취 현황을 보면 치킨은 가맹점당 연간 3100만원에 달했다. 피자와 제과제빵도 각각 2900만원, 한식은 1700만원으로 높았다.

문제는 가맹본부들이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고 시중가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팔더라도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 한식 프랜차이즈는 필수품목인 소고기를 기존보다 낮은 품질의 부위로 변경하면서 공급 가격은 오히려 시중가의 약 2배를 받았다.

현행법 하에서는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필수품목을 지정하더라도 공정위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고, 가격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개입하기가 어렵다. 예비 가맹점주들은 전년도 필수품목 지정 현황 등이 담긴 정보공개서를 보고 가맹 여부를 결정하지만 가맹본부가 마음대로 필수품목을 늘리거나 가격을 올리더라도 이미 가맹점을 연 점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필수품목 '갑질' 문제가 가맹점주의 경영 환경을 악화하는 최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당정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필수품목 항목, 현재 공급가격, 향후 공급가격 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필수 기재토록 할 계획이다. 공급가격 산정 방식은 각 가맹본부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조만간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될 예정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필수품목 범위를 늘리거나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점주에 불리하게 바꿀 때는 가맹점주, 점주 협의회 등과 협의하도록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필수품목 세부 판단 기준과 구체적 사례를 담은 '가맹사업거래상 거래 상대방 구속행위의 유형에 대한 고시'도 제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외식업종을 중심으로 필수품목 지정 실태를 점검하고 위반 행위 적발 시 제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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