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까지…‘일가족 5명 사망’ 40대 아내, 2억대 사기 혐의 피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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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7000만원 사기 혐의로 피소, 경찰 조사 한 차례 불응
가스요금·카드값 체납…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문의하기도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9월23일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9월23일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초등생 딸을 포함해 부부와 시누이, 시어머니까지 일가족 5명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가족의 '돈 거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40대 아내는 사기 혐의로 피소돼 조사를 앞두고 있었고, 가족이 살던 집은 1년 넘게 공과금이 체납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채무 등으로 얽혀 갈등과 생활고를 겪다 극단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일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송파구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 한 40대 여성 오아무개씨는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지난 6월 피소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한 차례 불응한 채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진 오씨는 평소 가족과 지인들을 상대로 자신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내주겠다며 투자금을 받거나 여러 차례 돈을 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소인 3명 가운데 오씨의 가족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고소인을 포함해 오씨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이들 중 오씨의 40대 남편과 시가 식구들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구체적인 거래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송파동 빌라에서는 돈 문제로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의 유서가 나왔다. 유서는 남편과 시누이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이 살았던 빌라는 오씨 친가 소유다. 최근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함께 살던 집 보증금을 빼 오씨에게 건넨 후 오씨 부부가 살던 이 빌라로 이사 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살던 집을  나와 보증금을 오씨에게 건넨 것도 이번 사건에 얽힌 돈 거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9월23일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와 경기 김포 등 세 군데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 9월23일 일가족 중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송파구의 주거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일가족은 생전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수 개월 전부터 빚 독촉을 피해 초등학생 딸과 함께 숙박업소 등을 전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시누이는 사망 며칠 전 주민센터를 찾아가 기초생활급여 수령 가능 여부를 상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 소득이 기준보다 많고 외제차 소유 등을 이유로 수급 자격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안내를 했다고 송파구청 측은 전했다.

오씨 가족은 지난해 7월26일부터 올해 8월28일까지 빌라 도시가스 요금 187만3000원을 체납, 공급중단 안내장과 체납내역 확인서가 발송됐다. 남편은 이달 7일 기준 카드대금 97만5000원을 내지 않아 채무금 추심 안내서를 받았다.

한편, 오씨는 지난 23일 오전 7시30분께 친가가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했다. 경찰은 오씨의 동선을 추적하던 중 송파동 빌라에서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를, 경기 김포의 한 숙박업소에서 초등학생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딸은 질식사 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씨는 22일 딸과 함께 투숙했다가 이튿날 오전 혼자 호텔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오씨가 잠실동 아파트로 이동해 극단 선택을 하기 전 딸을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는 오씨 사망 하루 전날인 지난 22일 오후에서 밤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딸을 제외한 일가족 4명이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의사를 나눈 흔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씨가 극단 선택을 한 당일 오전까지 남편에게 연락을 시도한 점에 비춰볼 때, 남편과 다른 가족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오씨를 제외한 4명의 시신 부검을 의뢰하고 돈 거래 내역 등을 추적해 정확한 사인과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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