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잡으려다 ‘지방 홀대’ 역풍? 與 ‘서울 메가시티’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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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김포의 서울 편입 위해 ‘수도권 특위’ 띄워…당내서도 “시대 역행”
지방서도 불만 나와…민주는 비수도권 포함 ‘행정 대개편’으로 역습

국민의힘이 수도권 총선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띄우자 서울을 경계로 한 인접 도시들도 들썩이고 있다. 다만 야권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에서 인구의 ‘수도권 편중’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당 일각에서도 당의 구상이 ‘지방 홀대론’으로 이어져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띄운 ‘메가시티’에 당내서도 ‘서울 편중’ 우려

국민의힘은 2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시켰다. 특위 위원장은 당내 5선인 조경태 의원이 맡았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물론, 서울을 경계로 맞닿은 일부 경기도 지역구의 당협위원장들도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들의 지지세를 모으고 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처럼 동문서답할 것이 아니라 찬성인지, 반대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며 “주민을 위해 행정이 존재하지, 행정을 위해 주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행정 이기주의가 가로막는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두고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태 전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면 대한민국 수도는 북한과 맞대고 있는 전방지역이 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지켜온 가치와 원칙에 합당한 것인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최근 수도권-지방 불균형이 극심한 상황에서 ‘서울 편중’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 중진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서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은 마당에,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 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김해·양산도 부산 편입시켜라” “여당이 이슈 잘못 잡아”

정치권에선 오히려 수도권을 잡으려 내세운 여당의 전략이 ‘지방 홀대론’으로 이어져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불만이 새어나오는 분위기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은 “김포 서울 편입이 이뤄지면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돼 지방 소외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행정구역 지각변동을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경남 김해나 양산도 부산에 편입시키는 등 ‘지방 메가시티’도 함께 추진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홍준표 시장도 “부산·경남을 통합해서 부산특별시로 만들고, 대구·경북을 통합해서 대구특별시로 만들고, 광주·전남을 통합해서 광주특별시로 만드는 등 지방 시도를 통합해 메가시티로 만드는 것은 지방화시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바람직 할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도 국민의힘 이슈 몰이에 대항해 ‘행정체계 대개편’을 역제안했다. ‘국토 대전략’ 차원에서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까지 더해 개편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당은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지역, 호남권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사회를 대비해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다”며 “광역시도, 시군구, 읍면동 행정체계까지 전면 개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여당과 협의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엄경영 시대정신 연구소장도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이슈를 잘못 잡은 것 같다”며 “일단 명분이 약하고, 지방시대위원회도 발표했지만 이번 수도권 잡기 전략으로 실리가 얼마나 있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실효성이나 현실 가능성도 부족하다. 김포시만 찬성하고 나머지는 다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의힘이 외통수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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