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청년층 ‘수도권 쏠림’ 현상, 저출산 문제 원인”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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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도권 인구 비중 OECD 1위…청년층 유입이 가장 큰 요인
한은 측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개념과는 별개 연구”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리나라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한은)은 비(非)수도권 거점 도시에 산업과 인프라를 몰아주는 성장 전략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처방을 내놨다. 한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2일 서울 중구 한국에서 열린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br>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리나라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2일 나왔다. ⓒ시사저널 박정훈

청년 유출로 지역 출산 급감…수도권 출산이 상쇄 못 해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50.6%)이 살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중 가장 높다. 반면 인구 2~4위 도시의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도권 한 지역에만 인구가 이렇게 밀집된 것은 이례적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역간 인구 자연 증감(출산·사망) 차이 때문이 아니라, 지역 간 이동에 따른 사회적 증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5~34세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 유입 등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호남, 대구 경북, 동남권에서 감소한 인구의 87.8%, 77.2%, 75.3%가 청년층이다.

이 같은 현상에는 기대 소득 및 문화·의료 서비스 차이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2015년과 2021년의 수도권·비수도권 상황을 비교하면, 월 평균 실질임금 격차는 34만원에서 53만원으로 벌어졌다. 고용률 차이도 3.8%포인트에서 6.7%포인트로 커졌다. 1만 명당 문화예술 활동 격차(0.77건에서 0.86건), 1000명 당 의사 수 격차(0.31명에서 0.45명)도 커지면서 불균형도 심화됐다.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의 출산이 급감했지만,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전국의 출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늦추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누적된 비수도권의 청년층 유출로 2021년 중 줄어든 출생아 수(3만1000명)보다 수도권 청년층 유입으로 늘어난 출생아 수(2만5000명)가 적어 결국 6000명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6000명은 2021년 전국 출생아 수(26만 명)의 2.3%에 해당한다. 서울의 인구밀도 상승에 따른 추가적 전국 출산 손실(4800명)까지 더하면, 22년간 총 ‘출산 손실’ 규모는 1만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3월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연합뉴스

“현상 유지 시 30년 뒤 전체 인구 53% 수도권 집중”

한은은 역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비수도권 대도시가 쇠퇴하면서 정책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비수도권 거점도시 위주의 성장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문화·의료 시설, 공공기관 등을 거점도시에 집중해 산업 규모와 도시 경쟁력을 키워야 수도권 팽창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대도시보다 도 지역에서 수도권 이동 성향이 강한 점 등을 들었다. 해외에서도 OECD 국가의 거점도시권(2~4위 도시) 인구가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덜했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이후 도쿄권 이외 10대 도시로 유입 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지금의 이동 추세가 이어지면 2053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53.1%까지 늘게 된다. 한은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거점도시 이동이 크게 늘어날 경우 현재 50.6%인 수도권 인구 비중은 30년 뒤 49.2%까지 떨어졌다. 거점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규모가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고, 거점도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규모의 절반이 거점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다.

다만 연구진은 해당 연구가 최근 여당이 제기한 ‘메가시티 서울’ 구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메가시티 서울’ 개념과는 별개로 진행된 연구이며, 해당 연구가 반대 입장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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