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진행된 리커창 영결식…反정부 시위 우려에 ‘철통 경계’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1.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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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엄한 경비 속 베이징서 영결식 진행…조기 게양해 추모
2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 주거지이자 당과 국무원(정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 정문에 고 리커창 총리를 애도하는 조기가 게양됐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중난하이 정문, 인민대회당, 외교부, 각 지방 당정기관 소재지와 홍콩, 마카오 특구 등에 조기를 게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 주거지이자 당과 국무원(정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 정문에 고 리커창 총리를 애도하는 조기가 게양됐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과 중난하이 정문, 인민대회당, 외교부, 각 지방 당정기관 소재지와 홍콩, 마카오 특구 등에 조기를 게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1·2기 국무원 총리를 지낸 리커창 전 총리가 지난달 27일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가운데 영결식이 2일 오전 수도 베이징에서 엄수됐다.

대만 경제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오전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원에서 리 전 총리에 대한 영결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31일 관영통신 신화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우수한 당원,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 17·18·19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 국무원 총리였던 리커창 동지의 시신이 11월2일 베이징에서 화장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 리 전 총리를 추모하기 위해 톈안먼과 신화문(중난하이 정문), 인민대회당, 외교부, 홍콩, 마카오, 해외 대사관 등에 조기를 계양할 방침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정확한 장례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사망 발표 이후의 움직임과 같이 최대한 대중의 주목을 끌지 않도록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오전 톈안먼(天安門) 광장 주변 경계는 한층 삼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1호선 톈안먼동·톈안먼서역이 폐쇄돼 열차는 정차하지않고 지나쳤고, 광장 주변에는 행인의 신분 확인을 위한 초소와 절차가 모두 평소보다 증가해 인근 곳곳에 검문과 검색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졌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27일 오전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속보 형식으로 짧게 보도했을 뿐 관련 소식을 일체 내보내지 않고 함구하고 있다. 반면, 온·오프라인에서는 리 전 총리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추모 열기가 번지는 것을 우려한 당국은 통제를 강화됐다. 훙싱루80호에는 최근 파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출몰했는데 그들의 주요 역할은 추모객이 가져다 놓은 조화 속 카드 문구를 확인해 부적절한 문구가 적힌 카드는 제거하는 것이다.

또,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리 전 총리의 사망 관련 검색어가 주요 검색어 순위에서 지워졌고, 그의 이름을 검색해도 극히 제한된 정보만 나오는 등 온라인에서도 검열이 강화됐다.

이렇듯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예전 국민의 지지를 받던 주요 인사의 사망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경험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대표적으로 지난 1976년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으로 진행된 추모 행사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비판하는 ‘4·5운동’으로 번졌다. 또한 개혁성향이 강했던 후야오방 당시 총서기를 추모하는 행사는 1989년 6월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촉발시켰다.

한편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리커창은 시진핑에 반기를 들기 보다는 시진핑 체제에 순응한 인물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강하다”라며 “그의 일부 발언이 부각되면서 추모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것은 리커창이라는 인물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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