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카드’ 꺼낸 러 “미국이 하면 우리도 한다”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1.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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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등한 조건 위해” CTBT 비준 철회 언급 한 달 내 일사천리 통과
美, 깊은 우려 표하며 “무책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월5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월5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고 법령 웹사이트에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 법이 공식 발표된 날부터 효력이 있다고 알렸다.

법령 웹사이트는 이번에 채택된 법안은 “핵무기 통제 약속의 동등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발다이 토론 연설에서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CTBT 비준 철회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당 발언을 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실제 비준 철회가 단행됐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지난달 17∼18일 3차 독회(심의)에 걸쳐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상원도 지난달 25일 역시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통과시키며 신속하게 작업을 추진했다.

1996년 9월24일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한 후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만 하고 이후 비준하지 않았다.

이 조약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가능성이 있는 44개국 중 8개국이 비준하지 않아 현재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이집트·이스라엘·이란·중국이 비준하지 않았고, 인도·북한·파키스탄은 서명조차 안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CTBT 비준 철회는 미국과 대등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발단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이 심화되는 중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CTBT 비준을 철회함으로써 소련 시절인 1990년 이후 30여년 만에 다시 핵실험에 돌입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졌다.

러시아는 CTBT 비준을 철회해도 이 조약에 서명한 국가로서 핵실험을 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발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2일(현지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불행히도 이는 우리를 CTBT의 발효 쪽이 아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중대 행보를 의미한다”며 “우리는 핵무기 폭발 실험과 CTBT와 관련한 러시아의 최근 발언의 무책임함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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