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부부도 당했다…전청조에 속아 ‘11억 사기’ 피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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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금전적 피해 입은 부부, 남씨 공범으로 특정해 경찰 고소
남씨, 피의자 신분으로 장시간 조사…“이용 당한 것” 혐의 부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씨가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씨가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구속된 전청조(27)씨의 사기 행각에 전문직 부부도 속아 넘어가 11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부부는 전씨의 전 연인인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씨를 '공범'으로 고소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오후 2시20분께부터 자정까지 남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0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전씨에 속아 10억원 넘는 돈을 건넸던 전문직 부부가 남씨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전씨 사기 범행 피해자는 20명으로 피해액은 26억여원에 달한다. 이 피해액 중 절반에 가까운 돈은 전문직 부부가 투자금 등 명목으로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부부는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남씨를 공범으로 지목해 고소했다. 

이번 사건 이후 일관되게 공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남씨는 첫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 역시 전씨 범행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남씨는 전문직 부부가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도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모두 전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사기 공범 피소 건으로 10시간 넘는 조사를 받고 이날 새벽 0시7분께 경찰서를 나온 남씨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남씨의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전씨를 사기로 고소한 15명은 남 감독을 고소하지 않았지만, 최근 11억원 이상 사기를 당한 전문직 부부가 유일하게 남 감독을 공범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 수익을 숨겨 놓았을 전씨만을 상대하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피해자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 감독은 전씨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고 오히려 전씨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전씨 범행에 남씨가 가담했거나 묵인·방조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남씨의 재혼 상대로 소개됐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20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6억여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전씨는 남씨가 자신의 사기 행각을 일부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질조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남씨 첫 소환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남씨 고소 건과 전씨 사기 혐의 관련 수사를 진행해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질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한편 남씨는 전씨로부터 선물 받은 외제차와 명품 등을 모두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남씨 변호인은 "전씨에게 '깜짝 선물'로 받은 벤틀리 차량을 경찰에 자발적으로 제출, 압수 절차가 완료됐다"며 "가방, 목걸이, 반지, 시계 등 전씨로부터 선물 받은 모든 귀금속류 역시 임의제출을 통해 압수됐다"고 말했다. 남씨는 경찰에 제출한 물품에 대한 '소유권 포기서'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씨 측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수사기관의 모든 요구에 따르며 절차에 적극 응할 것"이라며 "전씨를 만나기 전부터 계속 사용 중인 유일한 휴대전화 역시 언제든 임의제출 형식으로 경찰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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