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부풀리기’ 법정 선 트럼프 “제안은 했으나 개입하지 않았다”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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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판사에 공격적 언사 “마녀사냥…선거개입”
판사, 변호인에 “의뢰인 통제하라” 엄포 놓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뉴욕 주 대법원에서 열린 민사 사기 재판 첫 날 오전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이 소송은 트럼프와 그의 장남들, 가족 기업이 부동산을 과대평가해 트럼프의 순자산을 20억 달러 이상 부풀렸다는 혐의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뉴욕 주 대법원에서 열린 민사 사기 재판 첫 날 오전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이 지난해 9월 제기한 이 소송은 트럼프와 그의 장남들, 가족 기업이 부동산을 과대평가해 트럼프의 순자산을 20억 달러 이상 부풀렸다는 혐의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자산가치 조작 의혹 관련 민사 재판에 출석해 과거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가치 평가에 일부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에서 회사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직접 관여했는지에 대한 검찰 측 추궁에 그는 “(내가 한 일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승인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사들이 작성한 재무제표 기록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내가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맨해튼 북쪽에 있는 대규모 부동산 ‘세븐 스프링스’에 대해 기존에 평가된 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며 재무제표상 가치를 낮춘 사실을 인정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당 진술이 재무제표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과 일부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러라고 리조트를 포함한 가치 평가 작업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앞서 이 사건을 맡은 아서 엔고론 판사가 마러라고 리조트의 가치를 플로리다주 세금 감정 기록에 근거해 1800만 달러(약 234억원)로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2990억원)에서 15억 달러(약 1조9485억원)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과 판사를 향한 공격적인 언사를 이어갔다.

그는 재판 초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향해 “이것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그는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또 이 재판을 담당하는 엔고론 판사에 대해서도 “그는 나를 사기꾼이라고 불렀고,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사기는 내가 아니라 법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엔고론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길어지자 짧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고, 독백에 가까운 진술 일부는 기록에서 지우라고 지시했다.

엔고론 판사는 “이것은 정치집회가 아니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억제시키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에게는 “당신의 의뢰인을 통제해달라”며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추론을 끌어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장을 예상케 할 정도로 거침없는 수사와 정치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결국 엔고론 판사도 이를 막지 못하고 대부분 무시하면서 재판을 지속해갔다고 미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재판에서 “당신들이 나를 하루 종일 이 법정에 세우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은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민사 사건이다.

앞서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 대출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0년 이상 뉴욕의 저택과 최고급 아파트, 빌딩, 영국과 뉴욕의 골프장 등 여러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3조원)가량 높게 보고했다며 지난해 9월 뉴욕주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임스 장관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그는 횡설수설했고 모욕을 퍼부었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라며 “서류 증거들은 그가 자산을 거짓으로 부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는 8일 계속되는 재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가 출석해 증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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