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 혹은 희생양…김기현의 ‘수도권 등판’ 손익계산서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8 14: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혁신위, 총선 불출마·험지 등판 촉구…金 “의원으로서 영광 다 누려”
당내 의견도 분분…“요구 거부 어려울 것” vs “총선 승리에 역효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주류들에게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주문한 가운데, 교집합에 놓인 김기현 대표도 고심하는 분위기다. 총선 지휘 중책을 맡은 김 대표가 직접 험지에 등판할 경우 당 지지층 표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험지 출마를 고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가 수도권에 등판해도 본인의 생존은 물론 당 승리에 미칠 효과조차 장담할 수 없어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위의 ‘용퇴 촉구’에도 與 주류 ‘묵묵부답’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영남 중진 등을 거론해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각종 매체 인터뷰에서도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김 대표 등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혁신위는 오는 9일에도 현역 의원들의 용퇴 촉구 안건 등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할 방침이다.

다만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 중 누구도 혁신위의 주문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중진 중에서도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만이 험지 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를 향한 ‘울산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에선 김 대표가 서울 편입론을 띄운 ‘경기 김포’에 직접 출마하라는 압박까지 넣고 있다.

김 대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대표가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대표가 당과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울산 출마 포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김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했다”며 험지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지금 상황에서 김 대표가 혁신위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의 선거 참패 책임론도 가시지 않았고,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대표가 직접 험지에 등판할 경우 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등 기대효과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김 대표 본인이 직접 판단하겠지만, 만약 험지에 나온다면 잔다르크 같은 이미지를 국민들께 심어주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金, 인지도 낮고 수도권 민심도 차가운데”

다만 김 대표의 험지 등판이 당을 총선 승리로 견인할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대표의 인지도가 여전히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비윤(비윤석열)계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김 대표는 당초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과 장제원 등 친윤계 의원들의 지원사격으로 당대표직에 올랐다”며 “당내 인지도도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의 수도권 등판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김 대표가 띄운 ‘김포 서울편입’ 당론이 오히려 수도권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도 중소도시의 서울편입 당론에 상당히 냉소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유권자 503명 대상, 응답률 2.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서도 경기 김포 등의 서울 편입에 대해 응답자의 58.6%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인천·경기는 65.8%, 서울에선 60.6%로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김 대표가 수도권에 등판하면 당 총선 승리에 오히려 역효과라고 본다”며 “당 대표로서 이미지가 좋다면 험지 출마를 도전해서 혹여 떨어져도 헌신 이미지가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김 대표에) 불편한 시선이 수도권에 형성돼있으면 나머지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김 대표가 험지 출마 대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당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총선 때까지 대표직에 있으면서 윤 대통령에게도 인정을 받고, 정부 후반기에 국무총리나 장관직 등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처럼 떠밀려서 험지에 출마하면, 본인의 당선은 둘째 치고 국민의힘 판세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