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전청조와 대질서 “뭘 봐” 격앙…‘11억 피해’ 펜싱 학부모도 동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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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vs “알았다”…첫 대질 조사서 ‘공범 의혹’ 상반된 주장
남씨, 1·2차 출석 모두 침묵…SNS로 전씨 저격하며 억울함 호소
전청조씨의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8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전청조씨의 사기 공범 혐의를 받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8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42)씨가 구속된 전 연인 전청조(27)씨와 첫 대질 조사를 받았다. 전씨는 남씨가 자신의 사기 행각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투자금 편취 등과 관련해 공모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남씨는 SNS에 전씨를 저격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며 공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날 오전 10시께 남씨를 사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3시간가량 조사했다. 지난 6일 경찰에 첫 출석해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이다.

남씨와 전씨의 첫 대질 신문도 이뤄졌다. 대질 조사에서는 남씨가 전씨의 사기 행각을 알고 있었는지와 공모 여부가 쟁점이 됐다. 남씨는 조사실에서 전씨를 만난 직후 "뭘 봐"라고 격앙된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경찰이 원만한 대질 조사 진행을 위해 발언 순서를 정하고, 남씨와 전씨가 직접 대화를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대질 조사에는 남씨를 전씨의 공범으로 특정해 고소한 피해자들도 동석했다. 이 피해자는 남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펜싱 아카데미 수강생 학부모로, 전씨에 속아 11억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씨 피해자 가운데 남씨를 공범으로 보고 고소한 것은 이들 학부모가 유일하다. 

ⓒ 연합뉴스·김민석 서울강서구의회 의원 제공·뉴시스
ⓒ 연합뉴스·김민석 서울강서구의회 의원 제공·뉴시스

전날 오후 11시15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남씨는 "대질 조사에서 어떤 말을 나눴느냐", "억울한 점 있으면 말해달라" 등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씨 변호인은 조사를 마친 후 "(대질에 참여한) 피해자는 남씨가 전씨 범행을 모두 알고 있었고 공모했단 취지로 진술했다"며 "전씨도 그와 비슷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씨는 경제적 부분에서 피해자라기보다는 전씨 사기 범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속았다는 입장에서 표현을 쓰는 듯하다"며 "그러나 전씨는 사기 범행에 대해 남씨가 올해 3월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조사는 더 길게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남씨가 돌연 몸이 아프다고 해 조사가 저녁 식사 이후 거의 중단됐다"며 "남씨가 조속히 회복해 추가 대질 조사에 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씨 측은 남씨가 언론에 예고한 것과 달리 경찰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가 11월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1·2차 경찰 출석과정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남씨는 SNS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전씨를 저격했다. 

남씨는 첫 대질 조사를 앞둔 전날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청조의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9개 연달아 게시했다. 

남씨는 "전청조를 컨설팅, 정보기술(IT), 강연, 독서모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강연 비용이 1인 3000만원이라기에 이해가 안 됐지만 전청조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고, 한 번만 만나주기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며 "전청조는 '내가 이 정도다. 이렇게 메시지 보내온 많은 사람 중 내가 일일이 문구를 읽어보고 선택해서 컨설팅해줄 거야'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남씨는 전씨의 성별 논란과 파라다이스 호텔 혼외자 사칭 등에 대해서도 전씨가 보여준 주민등록증, 전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름 빼고 모든 게 거짓이었던 전청조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40살이 넘었는데 이걸 모를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정말 몰랐다"며 "26년 동안 가슴에 태극마크 달고 국위선양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사기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 것이냐. 제가 죽을까요?"라고 썼다.

한편, 남씨의 재혼 상대로 소개됐다가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씨는 복수의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20명으로 피해 규모는 26억여원에 이른다.

전씨가 지난해 채팅 앱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임신했다"고 속여 돈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 4월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서 불구속 기소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0일 전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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