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다른 층에” 버티는 유병호…체포도, 조사도 못하는 공수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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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무총장, 국회 출석해 “번지수 잘못 찾아” 공수처 수사 비판
‘표적 감사’ 의혹 부인하며 “법규·역사·관행따라 떳떳하게 업무”
유 사무총장 4번 출석 불응…‘5번째 통보’ 공수처 신병처리 고심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앞은 최재해 감사원장 ⓒ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앞은 최재해 감사원장 ⓒ 연합뉴스

'표적 감사'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며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야당은 유 사무총장에 대한 즉각적인 체포영장 청구를 압박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한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 대해 "도둑이나 강도는 다른 층에 있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싶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을 겨냥한 공수처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수처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한 감사원 직원 16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 출석 요구와 관련한 질의를 하자 유 사무총장은 "우리는 법규에 따라, 역사에 따라, 관행에 따라 떳떳하게 업무를 한 것"이라며 감사원의 전 전 위원장 감사 전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로부터 총 5번 출석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제 공동변호인으로부터 5차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3주간에 5번"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은 기존 네 차례의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한 상태로, 다섯 번째 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국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후 내달께 출석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 사무총장은 "국가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이든 우리도 존중한다. 우리도 감찰이라든지 사정 업무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권한 행사는 항상 존중하고 그렇다"며 "법에 따라서 협조할 거는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0월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발 1년째 공전…공수처장 "법이 허용한 수단 사용"

공수처는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유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등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조사도, 신병 확보도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면서 표적 감사 의혹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이후 이미 1년여가 지났지만 감사원 압수수색 외 유 사무총장 및 직원들에 대한 대면 조사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7일 국회에 출석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유 사무총장 체포영장 청구 계획에 대한 질의를 받고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김 처장은 조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나 말고 사무처 직원을 먼저 조사하라'며 불응한다고 하는데, 정당한 사유라고 보나"라고 묻자 "정당한 사유로 판단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도 여러 가지 사정을 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내년 1월20일인 김 처장의 임기 만료까지 버티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다. 앞으로 공수처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김 처장은 "그런 점에 유의해 명운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상 사건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2~3차례 이상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 구인에 나선다.

유 사무총장의 경우 네 차례나 국정감사 준비 등을 이유로 불응했지만,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독립 헌법기관인 감사원 소속인 점과 영장 기각 가능성에 따른 역풍 등을 고려해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소환 불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직원들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피의자들 및 변호인과 어떤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다"며 공수처 수사 절차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협의를 안 하고 소환을 할 리가 있는가, 그건 지나친 말"이라며 "검찰 사건 사무규칙과 동일한 사건 사무규칙에 있는 대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피의자 등을 출석 요구할 때는 '협의'해야 하는 것이지 '합의'가 아니다"며 "합의는 쌍방이 동의가 돼서 하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그렇게 해서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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