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대신 ‘먹고사니즘’? 尹‘지지율 반등’ 가능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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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세력’ 때리던 尹, ‘강서 참패’ 후 민생에 집중
尹지지율 소폭 상승…“기저효과, 상승세 지속 장담 어려워”

강서구 보궐선거 이후 위기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을 화두로 띄우며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다. 최근 윤 대통령은 그간 강조해온 ‘이념’ 대신 이른바 ‘먹고사니즘’(먹고 살다와 철학을 의미하는 ism의 합성어)과 연관된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인사 및 정책에서의 ‘좌회전’은 아직까지 감지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지율 보합권에 갇힌 윤 대통령이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반국가세력 대신 카카오·은행 저격

윤 대통령은 최근 들어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을 연일 지목하며, 이와 관련한 대책과 처벌을 참모들에게 연일 지시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독점적 지위 ▲은행의 독과점 및 막대한 예대마진 ▲전세사기 ▲불법사금융 등이 윤 대통령이 거론한 적폐 행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주재한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면서 “(은행들이)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 대출에 비해서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인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는 안 되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카카오 택시'도 비판했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신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은 것이라 부도덕하고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채권은 법이 정하는 추심 방법을 쓴다는 전제”라며 “법이 정한 추심 방법을 넘어선 대부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그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이어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고 필요하다면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라”고 유관 기관장들에게 지시했다.

 

지지율 소폭 상승, 반등 가능할까

윤 대통령은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기간, 그간 강조해온 ‘이념’ 혹은 ‘반국가주의’ 등은 화두에 올리지 않았다. 강서 보궐선거 참사가 정부의 ‘이데올로기 정차’의 결과라는 여권 일각의 우려에 윤 대통령도 자중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이념 행보에 제동을 건 이후 발표되는 ‘숫자’는 긍정적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소폭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응답은 36%였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 직전 조사(10월31일∼11월2일) 때의 34%보다 2%포인트(p) 올랐다. 부정 평가는 55%로 직전 조사(58%)보다 3%p 하락했다.

혁신위를 띄운 여당도 당장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민주당 34%로 조사됐다. 지난주보다 국민의힘은 3%p. 민주당은 1%p 각각 상승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른바 ‘강서 참패’ 후 바닥을 찍었던 지지율의 ‘반짝 기저효과’라는 분석과, 여당으로 정치권 이슈가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을 향한 주목도가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인요한 혁신위의 성과와 여야 계파갈등, 대통령실 개각 등에 따라 지지율 추이가 요동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편, 인용한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p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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