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념’ 줄이고 새로 택한 키워드가 ‘박정희’?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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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 참패 후 ‘박정희 정신’ 외치며 보수 결집…“관변단체 뺑뺑이” 비판
택시기사‧소상공인 논란…‘이념’ 대신 택한 ‘민생’ 행보도 삐걱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11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 달,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에 강조했던 ‘이념’ 대신 ‘민생’을 화두로 띄우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연일 ‘박정희 정신’을 강조하며 관련 일정을 소화하면서, 여전히 전통 보수층과의 소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주말인 지난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30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과 번영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는 의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비약적 성장을 다시 이루기 위해 새마을정신을 되새겨 혁신과 창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 살아보세’와 ‘하면 된다’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 구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도 “박정희 대통령께서 1970년대 초반 국방과학연구소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첨단 연구개발 중심지로 자리를 잡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뛰어야 한다. 우리 다 함께 잘살아 봅시다”라고 외치며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박 전 대통령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주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첫 참석으로, 이날 윤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옷만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고 추도식으로 향했다. 추도사를 통해선 “박 전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시 달성군 사저를 직접 방문했다. 대구에서 열린 관변단체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와 칠성시장을 방문한 후 이어진 일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단 둘이 산책을 나누는 중에도 윤 대통령의 ‘박정희’ 언급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며 배울 점을 국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은 것을 언급하며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박정희’로 무장한 윤 대통령의 연이은 행보를 두고 지난 보궐선거 참패 후 흔들리는 보수층 결집을 위함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소 치우친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해 “대구-관변단체-해외 일정을 뺑뺑이 하는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도대체 대통령 일정을 대구와 관변단체, 해외만으로 순도 높게 돌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대통령의 일정, 경호 담당자들은 대통령에게 민생과 가장 가까운 곳을 보여주시라. 심기경호 일정을 돌리지 말고”라고 직격했다. 보다 폭 넓고 진정한 소통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며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궐선거 이후 윤 대통령은 참모진을 향해 “민생 현장으로 가라”고 주문한 뒤 스스로도 민생 소통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민생 타운홀 미팅, 대한민국 소상공인 대회, 각종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민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민생 소통 행보의 의미와 효과를 반감시키는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각계 국민 60여명과 함께한 타운홀 회의에선 참석자들의 이력이 논란이 됐다. 소상공인으로 소개한 참석하자 매출 100억원대 중소기업 대표였으며, 택시기사라고 밝히며 ‘카카오 택시의 횡포’를 고발한 인물은 국민의힘 당직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은 “‘소통’이 아닌 ‘쇼통’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라는 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100억 매출은 사실과 다르다” “택시업계를 충분히 대변할 만한 말이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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