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로시간 개편 대화로 해결”…노동계는 ‘답정너’ 반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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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 방향, 52시간 유지하되 일부 업종 보완키로
노동계는 “사실상 전 직종 해당…국민 혈세 낭비” 비판
13일 고용노동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13일 고용노동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정부가 8개월간의 재검토 끝에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결정했다.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노사 합의 하에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서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는 이번 개편 방향과 관련해서도 “혈세 낭비”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라, 실제 개편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고용노동부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현행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으나 일부 업종과 직종에선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3월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업종 제한 없이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일할 때 하고 쉴 때 쉬게 하자는 취지였지만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공짜 야근’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도 보완을 지시했고, 당국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에 당국은 주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제조업이나 생산직 등 근로시간 유연화 수요가 있는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서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3월 입법 추진 시 이러한 부분을 세밀하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과 직종의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할지, 주 최대 근로시간을 몇 시간까지 확대할지 등 세부 방안은 향후 노사정 대화를 거쳐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차관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이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당국은 노동계의 대화 채널 복귀를 주문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노동 현장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한국노총이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석을 중단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 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 당사자인 한국노총 측은 이날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전례 없는 대규모 면접조사라는 신뢰성으로 포장했지만, 원하는 답을 받으려는 의도된 질문의 나열과 뻔한 결과였다”고 평가 절하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실태조사는 시작단계부터 문제였다. 007 작전 치르듯 철저히 극비리에 비공개로 진행됐다”면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민을 우롱하는 식이었다. 시간과 국민혈세만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노총은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한 ‘일부’ 업종·직종으로 제조업·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기술직 등을 꼽았지만, 이는 일부 업종과 직종이 아니라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며 “법정노동시간은 주 52시간도 아니라 주 40시간이다. 정부는 특정 업종·직종 운운하며 범죄행위를 조장 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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